매일신문

지역 개표 이모저모

엎치락 뒤치락 한 '박빙의 승부'는 온 국민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시민들은 19일 밤 TV 개표방송에 눈과 귀를 모으고 새 천년 첫 대통령에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역사적인 모습을 지켜봤다. 아파트단지와 주택가에서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민들이 밝힌 불로 불야성을 이뤘다.

개표 초반에 뒤지던 노 후보가 오후 8시40분쯤 우위로 앞지른 순간, 밤 11시쯤 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등에는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개표소 곳곳 순간순간 긴장=지난 6월 지방선거 때 고장.판독지연 등 말썽을 일으켰던 자동개표기가 이번 대선 개표 때는 별탈 없이 작동해 개표에 큰 기여를 했다. 대구 북구 개표소(대구일중) 이경일(33) 개표종사원은 "전에는 새벽 1시쯤에야 끝났지만 이번엔 개표기가 효자노릇을 해 자정쯤 끝났다"고 했다. 대구 남구 개표사무원 송영수(38)교사는 "개표기 덕분에 15대 대선 개표 때보다 일이 2배는 빨리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 중구청 개표소에서는 오후 9시50분쯤 남산4동 제3투표구 개표 결과 교부된 투표지보다 투표함에 든 투표지가 14장 많은 것으로 드러나 개표가 한 시간 이상 지연됐다.선관위 직원들의 확인 결과 이는 개표 직원 실수로 다른 투표소 투표지가 잘못 분류돼 발생한 사고로 드러났다.

대구 동구.남구.서구 개표소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고교생들이 개함부 종사원으로 참가했다. 각 40~60명 동원된 학생들 중 조석민(17)군은 '영광'이라며 실수가 없도록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학생에게는 3만7천여원의 수당이 지급됐으며, 김훈진 남구선관위 사무국장은 "개표 때마다 교사 동원에 반대하는 전교조의 항의가 있어 이번엔 학생들을뽑았다"고 말했다.울릉에서는 개표가 전국 유일하게 손작업으로 진행됐다. 죽도 유일 가구 주민인 김길철(62)씨는 기상 악화로 투표를 못했고 독도 주민 김성도씨는 울릉읍 1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시민들 '지역발전 기대'=오후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방송3사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대구 달서구청 개표소 대형 TV를 지켜보던 30여명의 개표 참관인들은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지지 후보에 따라 희비가 엇갈려 대구 남구개표소 민주당 참관인 홍태식(57)씨는 "지방선거 때보다 지역 몰표 현상이 줄어 기쁘다"며 여유있어 한 반면, 한나라당 참관인 임희도(36)씨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담담히 수용하겠다"며 가라앉은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참관인 노윤조(37)씨는 "국민의 선택 현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대구.경북 시민들은 동서 지역차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면서 새 대통령이 지역 차별 해소와 국민 화합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희망했다.

포항시민들은 "노 당선자가 별 연고를 갖고 있지 않아 대구.경북이 차기정권 아래서 고립당할 우려가 높다"고 걱정하면서도 노 당선자가 포항 유세 때 약속한 영일신항만 건설, 대구~포항 고속도 건설, 동해중부선 철도 조기 부설 등 지역 현안을 반드시 챙겨줄 것을 기대했다.

상주 시민들도 노 후보 당선으로 지역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지역 차별이나 불이익은 없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청도 박모(58)씨는 지역 균형 발전을 주문했다.

영덕의 최찬희(55)씨는 "노 당선자는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했고, 문경 이귀남(46)씨와 영양 농민 최준현(56)씨는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회사원 김선영(33.여)씨는 "국민통합의 새 정치를 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직사회 깨끗한 풍토 기대=노 후보 당선에 역내 공직사회에는 허탈감과 새로운 기대감이 교차했다. 정재원 대구 중구청장은 "노 당선자가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인물인 만큼 지자체의 자율권을 높여주기 바란다"며 "한방바이오단지 건설 등 지역 발전 공약도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명규 북구청장도 공약 이행을 기대했다.

20, 30대 젊은 공무원들은 노 후보의 당선을 반겼다. 한 8급 공무원은 "노 당선자를 지지한 젊은 공무원들이 상당수"라며 "국가 전체로 봐 노 후보의 당선은크게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5급 박모(45)씨는 "노 당선자가 법과 원칙이 통하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공직사회에도 깨끗한 풍토가 정립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공무원 황영근(46)씨는 "대구 개발을 획기적으로 촉진시킬 수 있는 위천.구지공단 조성과 현풍 신도시 건설에 중앙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기대한다"고 했다.

정해걸 의성군수는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 지을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고 지방재정 확충에 힘 써 달라"고 주문했으며, 박진규 영천시장은 "농업을 살리는 정책을 개발하고 농가부채 탕감에도 관심 가져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박인원 문경시장은 "문경의 폐광지역개발 사업은 민주당 정부에서 주도해 시작한 것인 만큼 새 정부도 적극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고 예천군의회 강무한 의장은"지역주의를 과감히 타파하고 공약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김모(54)씨는 "노 당선자는 부정 부패 고리 끊기 작업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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