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참사, 사령실.기관사 대응 소홀했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당시 건너편 차로로 들어섰다가 7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080호 전동차는 사령실과 기관사만 제대로 대응했더라도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제기돼 있는 핵심적 의문들에 대한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대구소방본부가 20일 공개한 지하철공사 사령실과 1080호 기관사 간의 통화 내역에 따르면, 기관사는 사고 당일인 지난 18일 오전 9시56분쯤 대구 중앙로역에 도착하고도 10시쯤까지도 출발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종 순간 기관사는 출발 보고를 했으나 전기가 끊기기를 반복하는 듯 "죽었다 살았다 엉망입니다"며 "아- 미치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령실도 화재발생 직후 상황을 제대로 판단못해 기관사에게 적절한 지령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실종자 가족 대표 중 한 사람인 김대윤씨는 "기관사의 팔을 붙잡고 전동차 문을 나섰다는 생존자까지 면담했다"며 "이는 미리 문을 열고 대피 시켰더라면 사상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전동차 문 개폐 방법.시점 △지하철공사 통제실의 대응 방식 △전력공급 상황 등과 관련한 사건의 핵심적 의문들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본지 취재팀 확인 결과, 대곡 방향 1080호 전동차의 기관사 최모(39)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동차 문을 수동으로 조작해 모두 연 뒤 승객들과 함께 탈출했다"고 진술했지만 실제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월배차량기지로 옮겨진 이 전동차를 취재팀이 점검한 결과 운전실이 있는 앞칸을 제외한 대부분 객차의 출입문은 닫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관사가 객차당 1개씩 배정돼 있는 코크를 조작해 운전실이 있는 앞칸 객차 1량의 문만 열었고 그 과정에서의 과실이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미 1079호 전동차가 화염에 휩싸여 있는데도 통제실이 어떻게 1080호 전동차의 역 진입을 막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지하철공사가 19일 공개한 현장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1079호 전동차의 화재 장면이 생생히 나타나 있는데도 그보다 3분이나 더 뒤에 건너편 철로로 진입하던 전동차에 대해서는 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사고 당시 종합사령실 종사자들이 자리를 비웠거나 모니터를 제대로 보지 않았든지, 그도 아니면 화면을 보면서도 제때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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