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숯, 감, 소목…".
이 소재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왔던 고유의 염색방법이지만 지난 몇 십년간 합성섬유가 일반화되면서 잠시 기억에서 사라졌던 것들이다.
어린 시절 산으로 들로 놀러다니다가 풀물이나 꽃물이 옷에 배어 어머니에게 혼난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천연염색은 오히려 쉽다.
그 꽃물이 얼마나 고왔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옷에 남아 있었던가를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화학염료로 염색한 합성섬유에 밀려 한동안 그 명맥이 사라지다시피 한 천연염색이 다시 사랑받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방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염색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최근에는 천연염색 방식으로 염색한 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영남대 섬유패션학부 이연순 교수는 "천연염색은 색이 은은해 어떤 색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면서 "환경친화적이고 건강에 긍적적인 효과를 가져 최근에는 선진국에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원하는 천에다 소재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얻을 수 있는 천연염색은 의외로 방법이 쉬워 직접 해볼 수도 있다.
올해는 계획을 세워 계절별로 알맞은 염색을 해보면 어떨까.
▲황토
황토 제품은 이미 '황토 찜질방', '황토 침대' 등의 유행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항균성과 독소 정화작용, 노폐물 배출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황토를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바로 속옷과 양말. 피부에 직접 닿는 속옷을 황토로 염색해 입었을 때 땀냄새가 잘 나지 않고 황토로 염색한 모자는 탈모방지효과가 있다고 한다.
황토용품 전문점 '황기모아'를 운영하고 있는 이경미씨는 "속옷을 며칠 그냥 입어도 냄새가 안나 한번 써본 사람들은 계속 찾는다"고 한다.
이런 성질 때문에 침구류도 황토로 염색하면 좋다.
하지만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고 8, 9차례 염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편이다.
손수건 1만원, 속옷 1만5천~2만원, 스카프 3만원. 침대용 침구 용품 세트는 140만원에 이른다.
세탁시 주의해야 할 점은 손빨래를 피하고 세탁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손빨래를 하면 황토가 떨어져나오기 때문이다.
▲갈옷
주로 여름에 입는 갈옷은 풋감 즙으로 염색한 옷이다.
은은한 갈색빛을 띤 갈옷은 제주도의 전통의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감즙으로 인해 빳빳해지는 성질 때문에 잔손질할 필요가 없고 통기성이 좋아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
이런 성질 덕분에 여름에 주로 입는 갈옷은 생각보다 만드는 법이 쉽다.
8월 말 풋감이 떨어질 즈음 풋감을 으깨어 즙을 짠다.
물로 원하는 농도를 맞춘 후 천을 담가 흡수시키면 된다.
햇빛을 쬐면 색이 더 진해지므로 말리면서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으며 말리고 다시 염색하는 과정을 몇 차례 거치면 된다.
기성복으로 판매하는 제품은 남녀 한벌에 15만~2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손세탁을 해야하며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다.
▲기타
우리 민족을 '백의 민족'이라고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화려하고 고운 빛깔을 내는 재료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푸른 빛깔을 내는 '쪽'이다.
붉은 빛깔의 '소목', 노란색의 '홍화', '치자', 그 외에도 '밤', '대나무잎', '양파' 등은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천연염색 재료들이다.
염색을 할 때 매염제를 무엇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같은 재료라도 다양한 색상을 얻을 수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사진제공:한국의류학회 대경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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