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랍연맹.터키, 美 이라크공격 제동

터키 의회가 자국내 미군 주둔을 불허하고 아랍연맹 22개국도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에 반대하는 공동 선언을 채택함으로써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제동이 걸렸다. 이라크는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유엔의 무기사찰활동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미국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터키 의회는 지난 1일 이라크전에 투입될 미군에 대해 자국 영토 사용을 허용하는 안건을 부결 처리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터키의회는 이날 정부가 제출한 미군 주둔 허용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64표, 반대 250표, 기권 19표로 부결했다.

뷜렌트 아린크 의장은 찬성표가 출석의원 과반수에 4표가 부족, 헌법 규정에 따라 부결 처리됐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따라 터키내 미군 주둔 권리를 확보한 이후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본격화하려던 미국의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의 미군 주둔 허용안은 미군 병력 6만2천명과 전투기 255대, 헬기 65대에 대해 자국 주둔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의회 통과를 낙관하던 압둘라 굴 총리는 예상밖의 결과가 나오자 내각회의를 긴급 소집,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굴 총리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면서 "이번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집권 정의발전당(AKP)도 2일 간부회의를 열어 미군 주둔 허용안을 의회에 재상정할 지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으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결을 예상하고 환영 성명까지 준비했던 미 국무부는 분주히 사태 파악에 나섰으며, 로버트 피어슨 터키주재 미국 대사는 터키 외무부를 급히 방문했다.

한편, 아랍연맹 22개국 정상과 대표들은 지난 1일 이라크 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에 반대하며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공동 입장을 천명했다.

이집트의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서 모인 아랍 지도자들은 회의 폐막 결의문에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나 특정 아랍 국가의 안보와 영토적 통합에 대한 위협에 단호히 반대하며 이라크 위기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낭독한 정상회담 결의는 이라크가 유엔안보리 결의 1441호를 완전 이행토록 함으로써 전쟁을 막으려는 아랍권의 노력을 전세계가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정상회담 결의는 또 유엔사찰단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찰 시간을 부여하고, 사찰단도 임무를 객관적으로 완수할 것을 촉구했다. 아랍 지도자들은 이와함께 이라크의 독립과 영토적 통합을 지키기 위해 유엔안보리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 최종 결의문은 특히 이라크 국민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고 이라크에 내려진 제재를 해제할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아랍 지도자들은 결의문에서 또 아랍 국가의 내정과 체제 변화는 외세가 간섭할 사안이 아니면 역내 국민이 결정할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랍 지도자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정상회담에서 제의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퇴진 권고안은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유엔 무기사찰 활동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빌미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7일로 예정된 유엔 무기사찰단의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한 이라크 사찰 결과 보고에서 이라크의 사찰 태도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이라크 정부는 2일 사거리 허용 한도를 초과하는 미사일 파괴를 계속하고 있으며 생화학 무기 폐기지점에 대한 발굴 작업을 통해 생화학 무기 제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과학 고문인 아메르 알-사디 중장은 "오늘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이라크가 무장해제를 위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고 말하고 "나의 유일한 임무는 전쟁의 구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디 중장은 파기된 생물무기의 양을 평가하기 위한 1차 전문가 회의가 이날 시작됐으며 유엔 사찰 요원들이 2개 지역에서 미사일 파괴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종합=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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