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구MBC 사장선임 진통

신임 사장 선출을 앞두고 대구MBC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구MBC노조는 전임 이긍희 사장이 (주)문화방송 사장으로 취임한 4일 서둘러 성명을 발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고 사장 선출 방식을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대표 김형기)도 5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주)문화방송(서울MBC)이 대구MBC 임직원의 의사를 무시한 채 또다시 시대착오적인 낙하산 선임을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며 "사장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대구MBC노조와 지역 사회단체가 이러한 주장을 펴는 이유는 한가지. 지역 방송으로서 최소한의 자율권을 달라는 것이다.

지난 80년 방송통폐합으로 대구문화방송의 소유권이 (주)문화방송(서울MBC)으로 넘어간 이후 대구MBC는 '계열사'란 족쇄에 매여 독자적인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방송 편성권은 서울MBC가 갖고 있으며 지난 20여년간 '사장'은 지역 정서와 거리 먼 서울MBC 출신 간부들의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해 왔다는 것.

대구MBC 종사자들은 상인동 참사와 이번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를 '지역 방송인'으로서 가장 '부끄러운 상처'로 안고 있다.

독자 편성권이 없는 탓에 쏟아지는 비난을 들으며 서울MBC가 내보낸 스포츠 중계와 오락프로그램을 여과없이 그대로 방송해야 했기 때문. 신정부가 지방분권을 최대 국정 과제로 삼고 곳곳에서 언론개혁의 목소리가 터져나오지만 대구MBC 직원들은 아직도 '지역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 온다면'이라는 80년대의 '고민'을 안고 있다.

전임 이긍희 사장의 경우 취임 1년만에 서울로 올라갔고 역대 사장들 대부분이 대구에 '잠깐' 머물기 위해 내려온 경우가 허다했다.

신정부 출범 이후 '서울' 방송들은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송중립성을 강조하면서 서울MBC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정치권의 밀실.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임직원 추천제도에 따라 이긍희 사장을 선출했다.

또 KBS도 MBC의 전례를 따를 것으로 보여 지역 방송인들의 상대적 비애감은 더욱 크다.

지역방송은 서울방송의 '전파중계소'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계속되는 이상 '언론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화가 21C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떠오른 지금 지방언론, 지역방송의 경쟁력은 곧 지방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서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서울의 눈높이에 맞춘 '서울 전파'가 아니라 지역민의 삶과 고민이 담긴 '지역전파'가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lja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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