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회장에 오른 이구택 사장은 지난 4년간 유상부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수업을 받았다.
또 최장기 근속자여서 "회사 사정에 가장 밝은 사람이 회장에 올라 긴 말이 필요없게 됐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
반면 지난 1998년 김대중 정권과 함께 포스코 회장에 올랐다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 20일 만에 자리를 떠난 유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경제.경영 중심의 시각에서는 비용최소화.이익극대화.조직슬림화 등을 통해 한때 복마전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포스코의 체질을 강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자사(自社) 이기주의와 실적주의에 얽매여 한국산업의 원동력이라는 포스코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비난도 동시에 받고 있다.
◇이구택호(號)의 과제
우선 유 회장의 지난 5년간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
직원들은 임원들의 스톡옵션제 도입과 OB들과의 인적 갈등, 경영실적 임원편중 분배 등 회사 내부에 산적한 불만요인을 빨리 수습하고 느슨해진 조직결속력을 봉합해야 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외부적으로는 유 회장을 지지하고서도 그를 내보낸 60%가 넘는 외국인 주주들에게 회사의 신인도는 물론 포스코와 연관한 한국의 국제 신인도도 높여야 하고 정치권과 협력.하청사 중심의 지역 경제계 및 대주민 관계개선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한국경제 회생을 위해 포스코가 할 역할을 찾고 작년말 이후 새롭게 대두된 '민영화된 공기업'의 역할과 위상을 정립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물론 전임 유회장의 최대 공으로 꼽히는 주주이익 극대화와 경영의 투명성을 어떻게 전개시켜 나가는 지도 중요하다.
포스코 주변에서는 "지난 4년간 유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왔던 이 회장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고보면 이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간접비용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축소된 지역협력 사업의 부활도 과제다.
전임 유 회장 체제에서의 포항신본사 건립 백지화 선언, 송도백사장 유실 원인규명에 미온적 대응, 지역협력위원회 폐지 등 경영외적인 지역민과의 교분을 줄이면서 깊어진 지역민과 포스코간 갈등의 골을 메우는 것이 그것이다.
또 전임 유회장이 자주 마찰을 빚은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노력이 이구택호에서 어떻게 전개될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 유상부 회장 공과
유회장 재임 5년간 포스코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PI(Process Innovation.업무혁신)'와 '주주이익 극대화' 및 '투명성 제고' 등을 꼽을수 있다.
지난 97년 대선 당시 DJT연합 후보였던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박태준 전회장(현 명예회장)의 추천으로 포스코 CEO에 오른 유 회장은 곧바로 조직수술에 들어갔다.
PI와 '6시그마' 등으로 조직 간소화를 이루었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 및 집행의 순발력을 높여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킨 것. 또 수의계약을 최소화하는 대신 경쟁입찰을 늘려 협력.하청.납품 등 비용지출을 최소화했고 감사기능 강화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도 높였다.
이와 함께 2000년 완전 민영화 이후 외국인 주주비중이 커지고 소액투자자 등의 감시기능도 강화됨에 따라 주주이익 극대화를 경영의 중요지침으로 설정해 각종 경영지표에서 '사상 최대'.'사상 최고' 등의 수식어가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유 회장 체제하에서는 그러나 지역과의 갈등과 정치권과 불필요한 마찰로 시달리기도 했다.
그토록 정치권과 고리를 끊겠다고 공언했던 유 회장이 포항강판 등 일부 계열.협력사를 통해 타이거풀스 주식을 매입한 사실이 최규선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밝혀지면서 유회장 체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다수는 유 회장 퇴진의 직접적인 계기를 타이거풀스 주식매입건에서 찾고 있고 이 사건 이후 유 회장에 대한 직원과 주주 및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악화됐다.
타이거풀스 비리연루는 유 회장의 모든 공적을 평가절하시켜 버렸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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