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 탈출.
"즐겁죠.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고, 일석 삼조죠". 재즈 댄스 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재즈댄스 센터. 오후 7시30분. 20여명의 수강생들이 강사의 율동에 맞춰 춤추기에 여념이 없다.
몸에 달라붙는 댄스복, 얼굴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고, 조명까지 나이트클럽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격렬한 춤과 마루를 구르는 소리가 경쾌하다.
20대 여성이 대부분. 남성도 몇몇 보인다.
춤이라면 남녀가 손을 잡고 추는 것을 연상하지만 재즈댄스는 '격식 없이 혼자서 신나게 추는 춤'이라고 한다.
즉흥성이 강조되는 음악 장르 '재즈'가, 춤에 접목된 것이다.
각 동작을 배우고, 음악에 맞춰 전체 동작을 연속으로 따라하는 식이다.
음악은 팝가수 자넷 잭슨의 'Woops now', 싸이의 '챔피언', 마돈나의 'Die another day' 등 빠르고 경쾌한 곡. 최신곡을 배우는 즐거움도 있다.
오후 8시. 땀에 젖은 몸으로 나오는 이들에게 "왜 춤을 추느냐?"고 물었다.
"부정맥으로 고생했는데, 춤을 추고는 없어졌어요"(김명화.29.간호사), "땀 흘리는 것이 좋아요. 원래 춤도 좋아했구요"(오진화.17.경북여고1년), "어깨와 목 근육이 안 풀렸는데 재즈댄스를 시작하고는 다 풀렸어요"(장정호.29.태권도선수).
건강, 취미, 다이어트 등 이유도 다양하다.
이런 이유라면 수영이나 헬스도 있다.
"왜 하필 춤이냐?"는 질문에는 이구동성으로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운동은 극기의 고통이 수반되지만, 춤은 오락의 느낌이 강하다.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까지 키울 수 있다.
현재 대구의 재즈댄스 전문센터는 20여 곳. 백화점, 방송국의 문화센터까지 합치면 30여 곳에 이른다.
재즈댄스 전국 체인점까지 생겼고, 스포츠센터에서도 재즈댄스를 도입하는 추세다.
대구의 재즈댄스 인구는 5천여 명.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교사, 운동선수, 주부 등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밤 9시 시간대에는 하루 일을 마친 주부가 많고, 부부가 함께 나오는 경우도 있다.
재즈댄스의 기원은 아프리카 춤. 토속적인 민속춤이 격식이 있는 모던 댄스, 발레와 접목되면서 생겨난 자유로운 형식의 춤이다.
미국에는 50~60년대 인기를 끌었다.
통상 재즈곡에 맞춰 추는 춤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여기서 '재즈'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이란 뜻이다.
격식이 없다지만, 기본은 있다.
워킹, 점프, 킥(지면에 발차기), 턴(회전), 웨이브 등이 기본 동작. 모두 발레와 모던댄스의 기본 무용 동작이다.
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인 장이숙(33)씨는 "재즈 댄스의 매력은 현대적이고 다이나믹하다는 것 외에 자신의 능력에 따라 무한하게 창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기본 동작을 익힌 후 음악과 분위기, 느낌에 따라 다양한 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즈댄스가 여러가지로 자가분열중이다.
힙합이 가미된 힙합댄스, 히프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록재즈, 민속춤처럼 격렬한 아프로 재즈, 뮤지컬적인 시어터재즈, 유산소 운동을 극대화하는 나이트 댄스. 음악 프로그램에서 백댄서들이 추는 춤을 배우는 방송댄스도 있다.
3달만 하면 '몸치'에서 탈출할 수 있다.
강사 최지연(31)씨는 "한두 달만 꾸준히 해도 몸이 리듬을 탈 수 있다"고 했다.
수강료는 주3회를 기준으로 월 7만원선. 재즈댄스화가 3만~4만원, 댄스바지 1만~2만원이다.
재즈댄스가 유행하면서 다른 양식의 춤은 쇠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70년대 인기를 끈 포크댄스. YMCA에서 포크댄스를 강의하는 최영일(32)씨는 "포크는 격식에 맞춰 추는 춤"이라며 "자유로운 춤을 선호하게 되면서 포크댄스 인구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줄었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에서는 지난해 생활무용과를 신설했다.
전통 무용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춤 문화를 흡수하기 위한 것. 올해는 지원자가 넘쳐났다.
박현옥 교수는 "과거 어두운 느낌의 춤과 달리 요즘 재즈 댄스는 밝고, 긍정적인 문화의 한 코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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