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야유회 가는 셈 쳐달라".
지난 18일 영덕군청 회의실. 오는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핵폐기장반대범국민궐기대회의 참석을 의논하기 위해 군내 23개 사회단체가 모인 회의석상에서 이상열 영덕핵폐기장반대공동투쟁위원장(영덕군의회 의장)은 비용 문제가 제기되자 읍소에 가까운 호소를 했다.
투쟁위에서 버스임차료 등 참가 비용을 대어 줄 수 없는 형편인 만큼 봄이 되면 각 단체에서 가는 야유회를 올해는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가급적 많이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핵폐기장이 군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다며 반대운동을 조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발족된 영덕핵폐기장투쟁위원회가 예산이 없어 고민을 더하고 있다.
하병두 투쟁위 간사는 "지난 4일 영덕읍에서 개최된 범군민궐기대회를 전후 군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이 2천300여만원 접수됐으나 현재는 마이너스 200만원 상태"라면서 돈 들어가는 계획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27일 서울대회를 개최한 주최측에서 영덕투쟁위에 참가를 요청한 참석인원은 1천여명이나 영덕투쟁위는 그 정도 인원을 동원하려면 최소한 2천만원은 족히 들 것으로 보고 500여명 정도로 줄여 계획을 잡고 있다.
18일 사회단체 회의도 그런 속사정에서 열린 것. 영덕투쟁위는 이에 따라 19일 영덕지역 업체와 출향인들에게 이같은 사정을 담은 호소문을 발송하는 등 비용 마련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상열 공동투쟁위원장은 "27일 대회의 영덕분담금만 300만원"이라면서 "핵폐기장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교량마다 깃발을 제작해 게양하고 투쟁소식지 발간 등 을 하다보니 매건마다 수백만원의 돈이 들어간다" 면서 일단 외상으로 일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변제가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덕군민 수천명이 상경, 서울에서 영덕핵폐기장반대 궐기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 또한 현재로선 희망사항인 셈. 이 위원장은 "지방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쇠귀에 경읽기'라는 판단에 따라 서울대회를 잡고 있으나 1여억원 정도 소요될 비용 문제로 확정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투쟁위 간부들은 이에 따라 20일부터 지역 인사들을 방문, 조금씩이라도 도와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또 27일 서울대회를 전후해서는 지역출신으로 외지에서 성공한 출향인들을 직접 방문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상열 공동위원장은 "먹고 살기도 힘든 군민들에게 손을 벌리려드니 안타깝기 그지없으나 군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 염치불구하고 나서고 있다"며 군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영덕핵폐기장투쟁위는 정부가 핵폐기장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는 내년 4월까지 반대투쟁을 벌일 경우 아무리 비용을 아껴 사용한다 해도 3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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