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업기술학원' 지고 '외국어' 뜬다

'실업계 직업 기술학원은 문을 닫고 외국어 학원은 상한가'. 학원들의 업종별 흥망성쇠가 사회 변화에 따라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98년 포항에서 1, 2개씩 강의중이던 열관리, 용접, 비파괴검사, 화공, 전자, 전기, 통신학원 등이 5년만인 2003년 3월 현재 모두 문을 닫았다.

경리학원 9개 역시 모두 문을 닫았고 주산, 부기학원은 98년 이전에 이미 사라졌다.

이같은 현상은 대학진학 위주의 입시교육 풍토로 실업계 학원이 설 자리를 잃은데다 직업기술을 전문대학 등에서 배우는 학력 인플레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

업종 자체가 폐업 위기에 직면한 속셈학원과 전체 수강생이 절반 이하로 준 컴퓨터학원의 경우 교육풍토의 변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상대로 수학과 국어 등 전과목을 강의했던 속셈학원은 98년 149개였으나 학과 전문 강의를 내세운 교습소와 전문학원에 밀려 현재 3개로 줄어들었다.

개인과외교습소를 포함한 교습소는 법적으로 허용된 지 2년만에 691개로 늘어났고 초·중·고 단과 전문학원 241개에도 상당수 어린이들이 등록했다.

컴퓨터학원은 99년 47개에서 올해 39개로 8개가 줄었으나 속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업계에서는 "강좌수와 1개반 수강생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학원들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전체 수강생 수는 2천명 이상 줄었을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학교와 기업체에서 컴퓨터 교육과정이 설치된데다 윈도우의 보급으로 컴퓨터 배우기가 더욱 쉬워졌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에 반해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학원 등은 학부모들의 조기 교육 열풍을 업은데다 최근의 취업난까지 더해지면서 98년 25개에서 올해 64개로 급증했다.

포항교육청 김녹현(47) 평생교육담당은 "사회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신하는 학원만이 살아 남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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