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움직이지 않는 것 없습니다.

거기

흐르는 시간이 등 떠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풀대궁에 붙어서 붕붕거리는 새끼 풍뎅이

흔들리면서 자라는 명아주 잎들

돌멩이 들추면 놀란 듯 기어 나오는 쥐며느리

정적을 이겨내느라 사각거리는 공기들의 입자

숨쉬는 모든 것들은 움직입니다.

그 여린 것들이 빈터를 채웁니다.

안 보이게 조금씩, 우주를 끌고 갑니다.

강문숙 '사월, 아침'

어느 시인은 한 마리 나비가 나는데도 전 우주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선 오히려 우주를 움직이는 것이 여리디 여린 생명체다.

새끼 풍뎅이, 명아주 잎, 사각이는 공기 입자들이 시간을 등떠밀면서 우주를 끌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이 마련한 지구의 요람 위에 흔들리면서 지금 사월의 아침 창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권기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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