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반대만 하는 사람들

한국인들의 불만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중 하나다.

갤럽조사에 의한 직장만족도가 미국이 72%, 프랑스 56%, 영국이 55%, 일본이 44% 정도인데 비해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 의한 우리의 직장만족도는 11%정도일 뿐이다.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해보면 그들의 대화내용 속에는 남에 대한 비방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대화는 컵에 물이 반씩이나 남았다는 긍정적인 삶의 예찬이나 조크들이며, 혹시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면 어떻게 이 물컵을 채울 것인가를 함께 연구한다.

그런데, 나부터 친구와 만나거나 모임에 가면 의자에 앉자마자, "이거 알아? 누가 이랬고 누가 저랬대..."등 남을 씹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난은 비난을 몰고 오고 불만은 불만을 낳는 상승작용으로, 남이 나를 씹고 나는 남을 씹고 하루 종일 이빨이 아프도록 씹는 상황이 요즈음은 도를 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바빠서 남 비난할 시간도 없었지만 주 5일근무가 정착되면 남 씹기대회는 더욱더 극성을 부릴 듯하다.

타인을 비난함으로써 생산성 저하를 가져오고 각 분야의 불협화음을 내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벌칙을 내릴 방안은 없을까?

길거리에는 온갖 데모가 성행한다.

곳곳마다 남에 대한 배려는 뒤로하고 자신의 불만만 펼쳐 놓는다.

큰 목소리로 꽹과리까지 치니 한국서 사는 외국인들은 자신의 삶의 불만도가 높아진다고 야단들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하는 말이 있다.

저렇게 나와서 반대만 하는 사람들, 한번이라도 무슨 일에 찬성한 적이 있느냐고. 한번이라도 사회를 위해 힘든 일에 동조하고 약자를 위해 노력한 적이 있냐고. 앞으로 남에 대한 반대, 비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한번이라도 긍정적인 일 즉 "찬성하는 일"에 동참한 기록이 있는 자들에게만 권리를 주는 방법은 어떤가?

나는 지하철참사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보고자 한다.

대구 지하철 사건은 평소에 만족연습, 행복연습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한 시민이 자신의 불만을 밖으로 분출, 역사상 가장 많은 사회비용을 들이는 사건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한 개인의 불만과 불행이 엄청난 불행을 초래한 것이다.

유가족들에게 평생 잊혀지지 않을 고통을 또 대구시민에게는 치유하기 힘든 슬픔과 분노를 안겼다.

상대방에 비해 불행하고 누구누구에 비해 모자라고 등등.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행복이라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행복연습 만족연습에 대한 국민 재교육의 시급성이 여기에 있다.

남을 비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입으로 '사회적 살인'을 저지르고 있음을 알아야 하며, 남 칭찬을 통해서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를 개발할 때가 왔다.

미국국민은 지난 2000년 기준으로 남을 위해 247조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냈는데, 우리는 겨우 500억원을 냈다.

그들은 남을 위해 쓰라며 우리보다 5천배나 더 많은 돈을 기부한 것이다.

한평생 반대만 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먼저 만원이라도 사회에 기부부터 하는 것은 어떨까?

남을 위해 일하고 남을 도우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느꼈으면 한다.

나의 행복보다는 남을 돕고 사랑할 때, 따뜻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평생 반대만 하는 사람들은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그들의 일에 대한 열정을 깨부수고 화를 돋워 의료비용 증가를 통해 우리 함께 내는 세금을 헛되이 쓰게 만든다.

우리 무두 '한평생 반대만 하는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몰아내는 작업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한번도 남을 도와줘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거리에 나와 반대만 하는 사람들, 그들을 '국민불만 기여도'라는 죄명으로 딱지라도 끊어 보면 어떨까? 하도 내것만 챙기는 사회로 치닫는 것 같아 이런 생각까지 해 보게 된다.

우리 이제부터라도 나의 주변의 작은 행복에 내 이웃의 어려움에 관심을 쏟아보면 어떨까? 현재 방한중인 틱낫한스님은 화와 욕망을 다스려 지금의 이 시간, 이 현장에 대해 충실하라고 가르친다.

박영숙(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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