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바!라이프-한전대구지사 배전팀

전력공급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선진국 수준이다.

특히 부모님 성화에 못이겨 일찍 전기를 끄고 잠들던 시절에 살았던 40, 50대 이상 세대들에겐 지금의 전력사정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백열등은 어김없이 서너차례 깜빡거리다 정전되던 시절. 비상용으로 항상 준비하고 있는 초를 찾느라 이 방 저 방을 돌아 다니던 그때엔 정전은 일상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기설비의 현대화로 안정적 전력공급이 이루어졌지만 정전은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

설비하자와 조류, 낙뢰, 차량충돌사고 등 각종 원인으로 정전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한전 대구지사 배전 운영실은 전기 수용가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남이 잠잘 때, 남이 놀 때도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부서다.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는 배전 운영실은 선로를 수시로 점검, 전기고장을 사전에 예방하고 수용가 들로부터 전기고장 수리를 접수받고 현장에 출동하는 게 주업무.

한전 대구지사 배전 운영실 직원은 총18명. 이중 내근 근무자는 실장을 포함 2명이며 나머지 16명은 모두 외근이다.

4명 1조씩 4개조로 나눠진 외근직원들은 24시간 근무체제로 돌아간다.

남들이 노는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이들은 고압선로에 올라가 불량품을 교체하고 끊어진 전기선을 연결하기 위해 바스켓 트럭에 몸을 싣고 전신주 꼭대기를 오르 내려야 한다.

대구지사 배전 운영실은 대구의 도심인 중구와 북구, 그리고 칠곡군 동명 및 달성군 화빈이 담당구역. 대형병원인 경북대병원, 동산병원, 적십자병원을 비롯 대구시청, 경북도청과 같은 주요 행정기관과 대형유통점들이 모두 중구와 북구에 밀집해 있다.

이들 시설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전기담당 직원들을 두고 전력공급을 관리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관할구역에 있다보니 대구지사 배전 운영실 직원들은 신경을 안 쓸 수 없다.BR>

배전 운영실은 계절적 특성에 따라 업무가 크게 좌우된다.

봄철인 지금은 까치와의 전쟁으로 눈코 뜰 새 없다.

까치는 울릉도를 제외하곤 전국에 서식하지 않는 곳이 없어 한전지사와 지점마다 전신주 까치집 철거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 2만2천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신주에 까치가 둥지를 틀기 위해 물고 오는 쇠막대기, 안테나, 물에 젖은 나뭇가지 등은 누전과 애자 파손에 따른 정전사고는 물론 비 오는 날에는 전기가 누전돼 인명사고마저 우려되는 위험을 안고 있다.

배전 운영실 직원들은 금년 들어 지금까지 1천900여개의 까치집을 철거했다.

교대 근무를 해야하는 등 근무여건이 힘든데다 위험이 따르다 보니 배전 운영실은 3D업종. 이 때문에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충원이다.

18명 가운데 15명이 40대와 50대이고 나머지 3명이 30대 후반(2명)과 30대 초반인 배전운영실 직원들의 연령 분포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말해준다.

근속연수가 20년째인 유병성(46)씨 "낮 밤이 바뀐 생활에 한 달의 3분의 1은 숙직실에서 지내야 하는 근무조건이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원을 꺼리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리해야 하는 전신주만 3만3천본(1인당 2천60본)인 배전 운영실 현장직원들은 월평균 300여건의 고장신고를 접수해 출동한다.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력 사용 피크철인 여름에는 하루 30여건씩 들어와 출동하기 바쁘다.

양을열(50) 반장은 일반인들이 전기상식이 부족하고 너무 급한 성격 탓으로 자가처리가 가능한 단순한 것도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양 반장은 "정전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면 누전차단기의 작동(ON)스위치만 올리면 되는 경우도 있어 허탈할 때가 한 두번 아니다"며 무조건 한전에 신고하기보다 문제가 무엇인지 한번쯤 더 살펴보고 연락 해주길 당부했다.

직원들은 이와 함께 시내 교통체증으로 빨리 가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는 만큼 시민들이 배전 운영실 직원들의 이같은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 해주길 부탁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전 대구지사 배전 운영실 직원만으론 관내 전력설비 관리와 18만 전력 수용가들의 수요를 다 맞추어 나가기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전신주 설치 등 전기공사와 신규 전기공급업무를 전담해주는 구역별 협력업체가 배전 운영실 업무를 지원해주는 주력부대. 남들이 노는 날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나갈 때 가장으로서 가장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배전 운영실 직원들이 공통으로 갖는 보람은 같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고장수리를 마친뒤 어둠을 밝히고 들어오는 환한 전깃불이 들어오고 수용가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김준배(52)씨는 "일은 힘들지만 자긍심을 갖고 일 할 수 있는 게 바로 그런 순간들 때문이라며 쌓였던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그때만은 훨훨 날아가 버린다"고 말했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