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주회도 이 분이 안보인다면 공인받지 못합니다'.
대구 음악계에는 하나의 전설이 있다.
대구원로음악인회 회장 직무대행이자 60세 이상 '어른'들로 구성된 은빛메아리 합창단 지휘자 나경관(77)씨에 대한 이야기다.
"재미있잖아? 젊은 친구들이 얼마만큼 잘하나 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나, 음악회에 가서 여러 사람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이나 다 재미있어".
유명단체 연주회뿐 아니라 독주회, 합창발표회 등 모든 음악회를 망라해 대구음악계에서 나씨만큼 열성적으로 음악회에 다니는 사람은 없다.
하루에 2곳 이상 연주회가 있을 때면 한쪽은 리허설을 보고, 한쪽은 연주회에 가기도 한다.
나씨의 재미는 음악회 탐방뿐 아니라 지휘에도 있다.
전직 교장선생님, 교회 장로님 등 60세 이상의 남자들로 구성된 은빛메아리 합창단을 지휘하는 것.
"대개 교회성가대 출신이긴 하지만 아마추어들이어서 때때로 소리가 잘나지 않기도 하지만 그냥 모여서 연습하는게 즐겁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소리를 내며 즐기는 거지".
늘 미소를 띠고 있는 나씨지만 지난 세월은 누구보다 쉽지 않았다.
함남 영흥에서 태어나 가정형편으로 7살때 어머니, 여동생과 이별을 했고, 해방전인 1940년 철공기술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포항으로 왔다.
선글라스를 끼고 망토까지 입고 다녔던 멋쟁이 아버지를 기억한다.
그 당시 많은 이들이 그랬듯 20세때 중학교에 입학했고, 학도병 입대 등을 거치면서 악대부를 지도하고 합창단에 몸담았던 경험이 오늘날 음악에 빠지게 된 동기가 됐다.
본격적인 음악공부는 43세때 계명대 음대에 편입하면서부터. 포항.경주.대구 등지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이후 대구YMCA소년소녀합창단, 대구교사합창단, 대구남성합창단 등을 창단, 지휘를 했다.
"젊었을때 어느 책에서 청음제세(淸音濟世)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어. 맑은 소리가 세상을 구한다는 말로 이제껏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데, 노래가 있는 곳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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