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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못 물고기 '이사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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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생태계 파괴의 주범, '베스'지요". "억수로 큰 놈이네. 저거 한마리 회 뜨면 한 30명은 먹겠는걸?"

2일 대구 두류공원 성당못. 상춘객 200여명이 못 주변 철제 난간을 붙잡고 못 가운데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양수기로 퍼내 1m 정도로 얕아진 물에서 작업인부 5명이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있었다.

1984년 성당못을 재정비한 뒤 19년만에 처음 실시하는 준설작업이었다.

작업은 이날부터 일주일에 걸친 물고기 포획을 시작으로 다음달 말까지 계속될 예정. 이날 고기잡이는 대구시 관계자, 작업인부 등 10여명이 원활한 작업 진행을 빌고, 폐사시킬 외래어종의 혼을 위로하는 고사를 지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인부 둘이 그물을 실은 스티로폼 판에 올라타고 못 가운데로 노를 저어 나가 그물을 드리웠다.

그 후 다른 인부들이 그물을 팽팽히 잡아당기자 놀란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튀어올랐다.

물고기가 산란기에 접어든 점을 고려하느라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그물을 뭍으로 끌어 올리는데만 1시간30여분이나 걸렸다.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은 거세게 몸부림쳤다.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길이가 1m 가량 되는 잉어·비단잉어·향어 수십마리가 먼저 눈에 띄었다.

붕어, 메기, 가물치, 뱀장어, 준치, 청거북도 속속 달려 올라왔다.

이날 오전에만 중치 이상 300여 마리를 포함해 모두 2천여 마리가 건져졌다.

물고기는 뜰채나 손으로 건져져 1t 화물차에 실렸다.

거대한 잉어나 향어가 차에 실릴 때마다 구경꾼들 입에서는 '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이민화(76·대구 두류3동)씨는 "성당못에 이렇게 크고 다양한 어종이 있을 줄 몰랐다"며 "한마리 가져 가 친구들과 회 떠 먹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부는 물고기를 얻어려고 인부들과 승강이도 벌였다.

한 인부가 베스를 거침없이 잡아채더니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놈이 토종 민물고기를 다 잡아 먹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놈이지!" 작업책임자 허규목(64·달성 구지면)씨도 "일주일 전부터 예비작업을 하며 보니 치어나 작은 물고기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며 "베스·블루길·청거북 등 외래어종에 다 잡아먹힌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에서 나와 현장을 감독하던 강성관씨는 "외래어종은 전부 폐사시켜 퇴비로 쓸 계획이지만 못 제방 돌틈 사이로 청거북 등이 숨어 들어가 완전 제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는 건진 비단잉어·금붕어 등 관상어종은 두류공원 연못에 키우고, 잉어·향어·붕어 등 토종 물고기는 달성군 한 양식장에 맡겨 채란시킨 뒤 성당못 준설 후 재방류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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