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책과 장미의 축제'

책은 지식.표현.대화의 수단이며, 관용과 문화간 대화를 증진시키는 역할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독서의 힘은 한 개인의 역량을 고양시켜 줄 뿐 아니라 개인이 소속된 조직의 능력을 상승작용하게 하고, 그 조직과 결속돼 국가의 힘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독서력이 한 나라의 역량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독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인터넷 등의 발달로 책을 읽을 줄 알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읽지 않는 이른바 '기능적 문맹'을 양산하는 데 있는지 모른다.

▲'정열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스페인에서는 해마다 '책과 장미의 축제'가 펼쳐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결한 지성을 의미하는 책과 함께 숭고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붉은 장미를 선물하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때가 되면 도시 곳곳에서는 손에 책과 장미를 든 연인과 가족, 친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이 몰려든 광장이나 공원엔 다양한 공연이 베풀어지고, 작가나 저자들이 직접 책을 가지고 나와 특별 판매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유네스코가 1995년 4월 23일을 저작권 개념을 포함시켜 '세계 책의 날'로 제정한 데는 몇 가지 까닭이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로도 유명한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가 이날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의 카탈루니아 지방에서 해마다 전통적으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했던 '상트 호르디의 날'이 바로 같은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20일 전국 10개 대형서점을 찾으면 무료로 책 한 권과 장미 한 송이를 선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애인이나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 친구끼리 등 두 사람이 짝을 지어 가야 한다.

한국출판인회의 50여개 회원사들이 나름대로 가려 뽑은 양서 4만5천여권을 자발적으로 내놓아 이날 오전 10시부터 나눠주게 되는 모양이다.

올해의 책 잔치를 일요일인 20일로 당긴 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 한다.

▲우리는 한국인의 평균 독서 시간과 독서량이 해마다 줄고 있는 반면, 정보사회에 진입한 선진국에선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이 '발달된 책'이라는 관점은 정당성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독서 능력보다 '정보기술 면허증' 얻기를 우선시하는 건 분명 잘못이다.

능동적인 정보 추구.수용.인식과 창의적인 정보의 활용을 위한 전제가 바로 독서 능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두 번째 마련된 '책의 날' 행사에는 고작 10개 대형 서점이 참여하지만, 그나마 대구 서점은 빠져 있다.

이 또한 유감스럽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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