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프로젝트에서 소외돼 온 봉제·의류산업이 포스트밀라노를 통해 본격 육성될 전망이다.
업계는 내년 3월 분양 예정인 패션·어패럴밸리내 봉제공장 단지가 지역 봉제·의류업의 재도약에 큰 힘을 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대구시도 봉제기술지원센터를 '패션봉제연구소'로 확대 개편해 업계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는 패션·어패럴 밸리에 봉제공장 밀집 지역을 조성한다는 계획만 세워놓았을 뿐 이후의 활성화 방안 마련엔 손을 놓고 있어 직물, 염색, 패션, 봉제의 일괄 시스템 구축, 산·학·연 공동 인력 양성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봉제산업 왜 키워야 하나
대구는 우리나라 최대의 섬유산지로 화섬직물산업을 중심으로 염색, 섬유기계산업이 집적돼 있고, 인근 구미에는 화섬, 방적업 등이 동반 발달해 있다.
그러나 대구 섬유산업은 중간단계인 제직 및 염색가공 중심으로 발달, 가장 부가가치가 큰 패션, 어패럴 분야가 매우 취약하고, 일괄생산체제가 미비한 실정이다.
최근 2~3년새 엑슨밀라노, 밀리오레 등 패션쇼핑몰이 대거 대구에 입성했지만 봉제·의류 산업의 낙후성으로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한 도소매 상인들이 서울에서만 의류를 구매, 대구원단이 서울을 경유해 다시 대구로 내려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고, 이로 인한 역내 유출자금만 연간 2천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수출시장 또한 90년대 이후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저임금의 동남아 시장에 밀려 2000년 지역 봉제·의류업체 연간 생산액은 2천122억원으로 전국 생산액(10조3천140억원)의 2.1%, 지역 섬유산업 생산액(4조8천977억원)의 10.6%에 불과하다.
종사자 5인 이상 봉제의류업체는 242개(4천347명)로 이 중 79%가 종업원 20인 이하 영세업체로 90% 이상이 대기업 및 서울지역 의류업체의 하청생산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3년전 대구시 용역으로 밀라노프로젝트를 중간평가한 산업연구원은 대구지역이 명실상부한 한국 섬유산업의 메카로 발전하려면 기본 인프라 및 네트워크 구축과 패션, 어패럴의 집약적 육성을 통해 대구 섬유산업이 원사-직물-패션, 어패럴 산업의 일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패션어패럴밸리에 거는 기대
업계는 시가 내년 3월 분양할 예정인 패션·어패럴밸리가 지역 봉제·의류 업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밸리내 봉제공장 부지는 모두 4만 5천평으로 지난해 9월 대구시의 입주 수요 조사 결과, 29개 업체가 모두 2만3천500평을 신청한 상태다.
시는 입주업체들에 한해 평당 180만원에 달하는 부지를 50만원에 공급하기로 했고, 취득세, 등록세 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조영조 상미실업 대표는 "지역 대부분의 봉제·의류업체들이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해 지하실 등을 전전하며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싼값에 밸리로 공장을 이전하면 최첨단 봉제 장비를 도입해 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지내 최대 공간인 4천평을 신청한 임용학 태양어패럴 상무도 "1, 2층으로 나눠져 있는 현재의 작업공간때문에 공정 시간 최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전을 결정했다"며 "인근에 봉제공장이 밀집하면 부대 효과도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업계는 포스트밀라노 세부 계획안엔 밸리 입주 업체들에 대한 추가 지원 대책이 빠져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영업망 구축, 정기 기술진단 지도, 전문인력 공급 등의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했다.
업체별 수요처와 생산 인력 등을 철저히 조사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봉제·의류 산업의 세계적 흐름과 선도 기술을 업계에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는 것.
봉제기술지원센터 이범우 소장은 "미주, 유럽, 중동, 일본 등 각 지역별 판매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며 "밸리를 국제적 산업 단지로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제산업을 키우자
포스트밀라노 세부계획안을 통해 시가 편성한 봉제산업 육성 예산은 국비 214억원, 시비 34억원, 민자 9억원 등 모두 257억원에 이르고 있다.
시는 국내 봉제산업 활성화 기반 확립을 위해 '봉제기술센터'를 확대, '패션봉제산업 기술연구소'로 육성하기로 했고, 연구소를 통해 전문기술 요원을 집중 양성하는 한편 패션·어패럴밸리에 15개 표준 시범화 공장을 설치하고, 봉제산업 경영 및 생산관련 기초기술 자료집을 제작·보급키로 했다.
그러나 시는 직물, 염색산업과의 일괄 시스템 확립에 소홀, 선진국들이 이미 20여년전부터 추진해 온 QR(Quick Respose : 민첩대응) 시스템 구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QR이란 원사에서부터 직물, 염색, 봉제, 의류에 이르까지 섬유의 제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과정에 걸쳐 일괄된 정보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수요자 중심의 현 세계섬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역 섬유 업계 경우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신제품정보센터(직물), 염색기술연구소의 통합 네트워크 기반 구축(염색) 등 각 분야 정보화가 제각기 진행돼 이후 중복 투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는 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한국패션센터 등 3개 기관에 150억원의 예산을 편성, 산·학·연 섬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했지만 봉제 인력 양성은 봉제기술지원센터에서만 전담토록 해 물의를 빚고 있다.
대구시 봉제인력 교육기관은 시산하 기관 3개소, 사설기관 2개소, 구·군 사회복지관 14개소, 교육청 소속 8개소, 노동부 산하기관 1개소 등으로 모든 단체를 아우르는 공동 교육기구 설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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