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도 '킬링필드'가 있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 지도자들과 군경 등은 후세인 정권에 봉기를 일으켰으나 대부분 체포됐으며 당시 수천명의 시아파 이라크인들이 처형됐다. 이라크 전쟁 종료와 함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만행이 만천하에 폭로되면서 이라크 곳곳에서 대규모 시신 매장지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지난 20년간 이라크에서 약 20만명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1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 96km에 위치한 힐라에서 발견된 대규모 매장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철조망 뒤에서 발굴 현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들과 거리에 있었는데 군인들이 아들을 무조건 세우더니 아무 이유도 없이 어딘가로 데려갔고 아직 생사를 모릅니다" 한 여인은 지난 1991년 군인들에게 체포돼 실종된 열아홉살난 아들의 시신이 혹시 발견되지 않을까 초조해하며 울먹였다.
이날 힐라에서는 약3천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반대하며 봉기를 일으키다 후세인 대통령 정부에 체포돼 사살된 이슬람 시아파(派) 교도들로 보고 있다.
영국의 BBC 방송은 힐라를 포함한 북부 무하메드 사크란에서도 대규모 매장지가 발견돼 현재 모두 약 4천여구의 유해가 발굴됐으며 전체 유해는 최대 1만5천구에 이를 것으로 보도했다.
또 이 방송은 인권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무하메드 사크란에서도 최근 1천여구의 시신이 매장된 무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힐라 매장지에서 마을사람들이 시신을 수습하기 이틀전인 지난 12일 남부 바스라에서도 시아파 교도 150명이 살해돼 암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무덤이 발견됐다.
힐라 매장지 현장에 도착한 정부 관리 아메르 슈마리 씨는 일부 죽은 사람의 손이 묶여 있고 눈을 가린 채 발견된 점을 감안하며 약 20%가 산채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했다.
힐라에서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의사 라페드 후세이니 씨는 지난 아흐레동안 수습된 약 3천구의 시신중 절반 가량은 시신에서 발견된 각종 서류를 통해 신원이 확인됐으나 나머지 절반은 신원 확인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후세이니씨는 현지 마을사람들이 처형 당시 몰래 현장을 목격해 사건을 알고 있었으나 후세인정권 하에서는 아무도 두려워 말을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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