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개막된 지 일년되는 날.
그러나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던 범국민적 일체감과 에너지는 사그라지고 일년만에 혼란과 불안이 나라를 압도하자 곳곳에서 개탄하는 목소리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집단간 이해 대립과 정부의 리더십 부재 등으로 혼란 양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여름 모처럼 맞았던 국운 상승의 기회를 놓쳐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월드컵 대회 당시 대구 붉은 악마 회장을 맡았던 박동문씨는 "지난해의 열기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요즘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희망마저 함께 뭉개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월드컵은 우리 국민의 잠재력을 밖으로 이끌어낸 계기였으나 그 좋은 계기를 지금 우리가 승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 박씨는 "경기까지 나빠져 많은 봉급쟁이들이 정리해고와 실질 임금 저하 우려때문에 어깨가 처져 있다"며 "지난해 월드컵이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줬듯 이제 정부가 뭔가를 만들어내 다시 한번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만여명에 이르렀던 대구.경북 '붉은 악마' 회원도 일년새 5천여명으로 줄었다고 박씨는 전했다.
영남대 사회학과 박승우 교수는 "지난해 월드컵 때의 열기는 내면에 숨겨져 있던 국민의 저력이 일시에 분출된 것"이라며 "일년새 우리나라 상황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 것도 국민의 힘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 힘을 이끌어 주는 동력이 없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정부는 일부 계층의 눈치나 보고,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지식인들은 소모적인 지적 논쟁에 매몰된 채 부동산 투기와 고용 불안정 등 '현실적 파도'에 내둘리는 국민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월드컵 일년을 맞은 이제 정부와 지식인들이 나서서 우리의 성공적인 미래상을 다시 한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김형기 교수는 "지난해 월드컵이 낭만적인 것이었던데 반해 지금 우리는 냉혹한 현실에 처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극심하게 표출되고 있는 계층간 이해 대립에 빠져들지 말고 월드컵에서 확인된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 해 월드컵이 우리 사회의 중심을 지켜줬듯이 지금은 지식인 등 중심 세력이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지난해 월드컵 때와 지금을 같은 잣대로 비교해서는 안된다"며 "불안과 혼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출발해야 하고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 사고를 갖는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와 붉은 악마 등은 월드컵 일주년을 맞고도 특별한 행사를 만들지 않기로 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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