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차기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6월26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강재섭.김덕룡.김형오.서청원.이재오.최병렬 의원 등 경선에 나선 6인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각 후보들을 만나 정책과 소신을 들어 보았다.
1.강재섭 의원
강재섭 의원은 "당 간판을 확 바꾸기 위해 경선에 나섰다"고 말한다. 또 "55세인 제가 아무래도 싱싱하게 보이고 정신력도 건강하다"며 '젊은 리더십'을 내세운다. 내년 총선에서 자신보다 두 살 많은 노무현 대통령과 '맞장'을 뜨기 위해선 코드가 맞는 젊은 주자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대교체론을 얘기하진 않는다. "인위적 인적 청산은 반대한다. 연령이 기준이 돼 인적 청산을 하자는 것은 비민주적"이라는 얘기다. 그는 "대표가 되면 합리적인 공천제도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쇄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그에게는 '선배들에 눌려' 경선을 포기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99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토니 블레어' 바람을 타고 이회창 총재에게 도전장을 냈다가 '세대교체가 물갈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 일부 중진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중도하차 했다.
그러나 이번 만은 다르다.그의 눈빛도 말도 다르다. "연이은 대선패배 후 이름만 개혁, 국민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개혁이 돼선 미래가 없다"면서 "국민들이 당의 변화를 실감하고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강 의원은 당내 '온건한 개혁'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대표가 될 경우, 대여 노선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그는 야당 의원들이 50~60명씩 떼지어 데모하고 단식하는 강경 일변도 투쟁방식에 대해 "국민들이 볼 때 처량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폄하한다.
대신 강 의원은 "정부가 철학과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이 서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그러나 대선에 신세진 이익집단에 끌려간다면 야당이 정부의 중심을 다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경선 전략에 대해 그는 "'젊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여당과 변화와 개혁에 대한 선두경쟁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년 총선과 관련, "경쟁력 있는 신인들이 공천경쟁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공정한 상향식 공천제도를 만들겠다"면서 "국민의 참여와 비판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2. 김덕룡 의원
김덕룡 의원은 비주류다. 호남출신인데다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곧잘 펴 탈당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소문은 항상 소문에 그쳤다. 그는 자신이 한나라당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김 의원은 이번에 세번째 당권도전에 나섰다. 지난 98년과 2001년 이회창 총재에 맞서 총재 경선에 나선 이후 이번 '6.26 전당대회'에 도전키로 한 것. 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을 누비고 있다.
후보들간 합종연횡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분히 대선 패배의 책임론을 무시하고 나선 서청원 의원을 겨냥한 말이다. 김 의원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도 안지고, 말바꾸기 했던 부도덕한 사람이 부상된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합심 협력해 단일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를 '지역정당'의 한계를 넘기 위한 통과의례로 규정한다. 특히 호남 출신인 자신만이 한나라당의 '영남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이른바 '전국정당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곧잘 꺼낸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선패배 이후 팽배했던 위기의식이 희석되면서 안이한 생각과 무책임한 행태가 다시 팽배하는 것"으로 꼽았다.
3. 김형오 의원
"맑음과 젊음을 불어넣기 위해, 그리고 승리하기 위해" 김형오 의원이 내놓은 출마의 변이다. "이제 명망가 집단이 이끌던 시대는 지났으며 변화를 주도하는 젊은 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은 미래도, 승리도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불임정당, 만년야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우선 제시한다. 젊은 세대와의 화해와 결합을 통해 한나라당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50대 리더십'이다. 노장과 청년을 연결하고 안정과 변화, 중앙과 지방, 산업화와 정보화를 잇는 다리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50대 리더십'이라는 설명이다.
젊은 색채와 함께 김 의원이 중시하는 것은 분권형 정책정당이다. "강력한 야당이라는 명분으로 더 이상 당이 1인 지배제체로 가서는 안되며, 당의 주요기관과 기구들이 살아 움직이는 정책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은 정치현안과 정책현안의 분리대응 원칙을 견지하고 국고보조금의 30% 이상을 정책개발비로 투입하는 방안까지 구상중이다.
4. 서청원 의원
서청원 의원은 '국민통합 정당'을 모토로 경선에 뛰어들었다. '차기 경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 호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선에 나선 이유는 뭘까.
서 의원은 지난 21일 대표경선 출마를 공식선언하며 "두 번에 걸친 대선패배로 분열위기에 봉착한 당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며 "결론은 내년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을 차지하는데 모든 힘을 바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이 정치적 고비를 맞을 때마다 사무총장, 대표 등 중책을 맡아 뛰어난 관리능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극복, '뚝심과 의리의 정치인'이란 꼬리표가 붙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서 의원은 "이 나라가 처한 위기상항은 우리로 하여금 야당의 고유기능인 견제와 감시에만 머물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원내 제1당이 돼 국무총리와 내각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위태로운 정권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제1당이 내각을 맡아 국정의 절반이라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서 의원은 "가급적 빨리 마무리짓는 것이 국론의 분열과 혼란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조기 개헌 입장을 분명히 했다.
5. 이재오 의원
이재오 의원은 재야 운동가 출신이다. 30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10여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건전한 보수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
그가 건전한 보수를 내세우는 이유는 "군사 쿠데타, 정경유착, 언론.노동 탄압 등 보수의 이름으로 보수를 욕보인 역사"를 청산하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당의 전면에 배치해야 하며 그 적임자는 정통보수의 길을 가면서도 개혁적 마인드를 견지한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같은 변화의 틀에 담을 내용의 변화로 '생활정당론'을 제시한다. 지구당과 중앙당 산하의 청년.여성 당원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정치학교를 세워 젊은 세대의 지지기반을 강화하고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당이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의원은 페어플레이를 특히 강조한다. 이번 경선에서 한나라당은 체질과 선거문화에서 정말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이 의원의 걱정이다.
6. 최병렬 의원
최병렬 의원은 보수주의자를 자처한다. 그러나 '보수=수구'라는 등식화는 결연히 거부한다. 진정한 보수는 항상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제시한 모토도 '개혁적 보수'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2번이나 패배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국민들에게 수구로 비쳐졌기 때문이란 것이 최 의원의 진단이다. 이런 점에서 최 의원의 개혁적 보수론은 "정통 보수의 가치에 투철하되 자기혁신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보수주의자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노선과 정책, 행태와 사고 등 모든 면에서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내년 총선 역시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는 지론을 편다. 최 의원은 보수층의 도덕 재무장화, 서민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정책의 생산, 문호개방을 통한 젊은 인재의 양성 등을 제시한다.
최 의원은 자신이 돌파력과 사심을 버렸다는 점을 내세운다. '원칙주의자', '돌파력과 추진력의 사나이' 등의 별명이 말해주듯 추진력은 이미 검증된 만큼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 개혁을 이뤄낼 수 있으며, 정치적 사심을 버렸기 때문에 당을 살리는데 모든 것을 바치고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