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명 경영 '발저스한국코팅'-"일도 수익도 직원 모두의 몫"

이제는 기업윤리가 달라졌다.

어떻게든 이익만 추구하면 되던 과거는 막을 내리고, 노사가 힘을 합쳐 생산성을 높이고 깨끗하고 합리적인 경영으로 청부(淸富)를 구하고,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시민정신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 입장에서 평등하게 회사를 위하고, 재정과 수익상황을 100% 공개, 투명경영을 실천하는 첨단기업이 있다.

장마철 잠시 청명해진 푸른 하늘 사이로 7월의 햇살이 눈부신 지난 1일 오후, '발저스한국코팅'(이하 발저스) 진량공장을 찾았다.

△확고한 시스템 구축과 인간문제

"공장건립시 운영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써야 할 점은 사람입니다". 김종성 대표이사는 발저스의 성공 비결이 단순한 시스템 차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발저스는 생산, 영업, 관리, 회계 등 각 분야의 업무를 표준화,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를 도입해 상급관리자가 없어도 공장운영이 가능하게 해놨다.

그러나 좋은 시스템도 사람이 받쳐주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그예가 바로 발저스 일본 공장. "독일보다 경제규모가 큰 일본도 제1공장 건립 후 15년만에 제2공장이 세워졌습니다.

독일에 8개 공장과 비교가 안되지요. 일본에선 사장이 자주 교체돼,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며, 탄탄한 인적 기반이 조성된 한국의 경우 97년 제1공장 설립 이후 4년만인 2001년에 평택 제2공장이 설립됐고, 제3공장을 안산에 짓고 있다.

인적구성의 중요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발저스는 효율적 시스템 구축과 안정된 인사를 바탕으로 두 개의 공장을 대표를 제외한 4명이 관리하고 있다.

△투명경영과 신뢰경영

발저스는 진량과 평택공장의 인적·물적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ERP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공장이든 자료가 입력된 2일 후에는 어디서든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거래업체들과의 회계확인이 매우 쉬워 연말회계도 10일 안에 모두 끝냅니다.

어떤 기업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며, 이렇게 구축된 자료는 모든 직원에게 공개합니다".

매달 경영회의가 끝나면, 다음날 바로 모든 직원들에게 내용이 공개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주인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생산에 참여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강하게 구축된 신뢰관계. 회사는 각 지역 공장 관리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전적으로 이양, 김 대표는 1주일에 한번씩 보고를 받는다.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막는 걸림돌로 여겨지는 노조도 발저스에는 없다.

매달 열리는 노사협의회에서 허심탄회한 얘기를 통해 지향점을 찾는다.

"너무나 솔직하다보니 어느 것이 사측 의견인지 노측 얘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는 김대표는 노사협의회에서 못다한 얘기는 분기별 현장미팅, 업무파트별 대화, 퇴근 후 술자리, 전체모임(1년에 3차례)을 통해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전 직원이 래프팅을 다녀왔다.

이런 활동을 통해 노사간 신뢰가 구축됐고, 직원들의 직장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이직도 거의 없어졌다.

△1인 5역과 높은 생산

안정된 노사관계는 곧 생산성과 품질 향상으로 이어져 고객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회사 전체에 이익이 된다.

"고객은 양질의 제품이 원하는 시간에 도착하는 것을 원합니다.

그런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1년 365일 공장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고객만족을 위한 발저스의 노력은 대단하다.

수도권에 제시간에 제품납품을 위해 항공기를 이용했다.

진량공장을 증축하지 않고 평택공장을 추가 건립한 이유도 '고객 가까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발저스 본사에서 개발한 원천기술을 응용하기 위해 매출액의 10%를 R&D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발저스 제품이라면 고객들이 맘놓고 쓰고, 또 우리 직원들이 잘 살게 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최종목표"라는 김사장은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며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기에 투명경영을 통해 기업의 청결성을 높이고 있다.

김사장은 직원과 고객의 만족도를 조사해 불만이 있을 경우 개선점을 찾아내 서로의 가치창출을 이뤄내는 '체인밸류(Chain Value)' 경영이념은 종업원 98명의 회사를 설립후 6년만에 1년 매출액 11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발저스한국코팅은 어떤 회사= PVD 코팅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본사는 스웨덴 옆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에 있다.

지난 96년 경산시 진량공단에 제1공장을 설립했고, 재작년에는 평택 어연한산공단에 제2공장을 설립했다.

매출은 2001년 64억, 2002년 70억, 올해는 110억원 예상. 2001년 매일신문사와 경북도가 선정하는 경북중소기업대상 벤처부문대상을 수상했다.

▨발저스에서 생산하는 코팅은 PVD(Physical Vapor Deposition, 물리증착) 코팅= 엔드밀 등 절삭공구와 금형 자동차부품 각종 컴퍼넌트(정밀부품)의 표면에 티타늄 등 특수합금을 진공 코팅해 제품의 수명을 2~10배까지 늘리는 첨단기술.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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