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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명창 朴東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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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주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가치의 축적이라 할 수 있다.

예술도 일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창조되고 표현되므로 가장 우리다운 특성을 어떻게 길어 올리고 드러내는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계화 추세에서 문화예술의 정체성 확립이 더욱 강조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서양음악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고, 공연예술도 국악은 늘 찬밥 신세여서 일반인들이 우리 전통음악과 친숙해질 기회가 드문 게 현실이다.

이런 사정에 비춰 우리 것을 소중하게 갈고 닦는 사람들은 더욱 소중해 보인다.

◈국악계의 거목인 판소리 명창 박동진 옹이 8일 8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16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16세에 소리꾼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73년 '적벽가'로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됐으며, 70여년 한결같이 그 외길을 걸어온 진정한 광대(廣大)였다.

중학교 시절 당대 명창들이 망라된 '협률사'의 공연을 보고 '눈깔이 홀랑 뒤집히는' 희열을 체험한 것이 집을 뛰쳐나와 이 길을 걷게 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 길은 멀고 험난했다.

소리를 배우려고 머슴노릇을 하고, 여성창극단의 뒷바라지를 했으며, 25세 무렵엔 목소리에 이상이 생겨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열등감을 오기로 극복하면서 1968년 '흥부가'를 시작으로 판소리 다섯 마당을 완창, 눈대목 위주로 공연되던 기존 판소리의 판도를 바꿔 완창 시대를 열었다.

특히 '충무공 이순신전'의 9시간40분 완창은 지금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그는 한때 텔레비전의 약품광고에 출연해 창을 하면서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대사를 했는데, 이 말이 유행어가 되면서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전통문화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달 한 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그는 소리보다 더 좋은 게 없다며, 다시 태어나도 소리를 하겠다고 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 민족의 얼과 정신을 잃어"간다고 양악에 빠져드는 현실을 우려하면서, 변함없이 '정신으로 하는 국악'에 대한 애정을 부둥켜안고 있던 그였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며, 세계를 흔히 '지구촌'이라 한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도 '지역 특구' 바람이 일고 있으며, 지구촌에서는 그런 바람이 더욱 드세다.

각국의 문화적 개성과 다양성이 부각되면서, 그것이 새로운 고부가가치와 연결돼 '총 소리도 없는 전쟁'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박동진 옹은 '살아 있는 날까지 무대에 서는 것이 소원'이었으며, 작고하는 날까지 고향의 전수관에서 그 자세를 흐트리지 않았다 한다.

이제 그는 떠났지만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운 그의 교훈은 오래 귀감이 돼야 하리라.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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