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학교가 다음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은 원래 계절적으로 힘든 기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휴가이다.
공부 측면에서 본다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보충할 수 있는 자율과 여유가 허용되는 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교생들에게 방학이란 계속 학교에 나가며 오후에만 다소 자유가 허용되는, 단축수업을 받는 기간에 불과하다.
고3의 경우 방학 초기 4일에서 1주일 정도 쉬는 학교가 많다.
그런데 이 기간조차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적잖다.
시간이 없다는 조급함, 방학이 입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인 기간이라는 부담감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욕이 앞서도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가 또한 여름방학이다.
따라서 고3이라고 할지라도 며칠은 푹 쉬어야 한다.
1학기 동안 혹사시킨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알찬 휴식은 집중력을 배가시키고 학습의 생산성을 높인다.
짧은 휴식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짚어본다.
▨적극적인 휴식 방법을 찾아라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이 최근 상위권 수험생 200여명에게 4, 5일 정도 휴가가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조사했더니 바다나 산으로 짧은 여행을 하고 싶다(42%)가 가장 많았다.
실컷 자고 싶다(32%), 책을 읽거나 비디오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 등을 하며 집에서 쉬고 싶다(22%)가 그 뒤를 이었고, 운동이나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설문 결과를 보면 고3 수험생들이 평소에 교실과 공부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느라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행을 하고 싶다는 학생 중 상당수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잠을 자며 쉴 가능성이 많다고 답했다.
휴식기간 동안 원 없이 잠을 자는 것도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좋은 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잠만 자기에는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가만히 앉아서 모든 게 풀리기를 기다리기에는 쌓인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교사들은 이럴 때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휴식을 찾아보는 것이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자연으로 떠나라
고3 수험생의 경우 바다보다는 산이 훨씬 바람직하다.
여름 바다는 사람을 들뜨게 하고 혼란스럽게 하지만 산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결의를 새롭게 다질 수 있도록 해 준다.
오가는 길이 가깝고 잘 아는 곳이라면 혼자서 가는 것도 좋다.
다소 먼 길이라면 가족이나 친구 한 두 명과 함께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서모군의 경험. 고3이던 작년,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실컷 잠을 잤다가 3일째 되는 날 배낭에 김밥과 물, 간식을 넣고 영천 은해사로 가서 중앙암을 거쳐 갓바위까지 왕복 7시간 동안 산행을 했다.
가장 더운 시간대에 산행을 하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꿈의 실현을 위해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리라는 다짐을 했다.
수험생에겐 산행이 최고라는 게 그의 얘기다.
"단 하루만 시간을 내면 됩니다.
한낮 더위 속을 몇 시간 걷다 보면 고통을 다 잊게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앞으로의 공부가 힘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수험생이라면 꼭 산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고된 산행을 하고 나면 남은 여름이 전혀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리고 저녁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산할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와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책과 함께 하라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몸과 마음이 지쳐 심한 의욕상실에 빠져 있을 때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도움이 되는 자극과 격려를 받을 수 있지만 감동을 주는 책은 그 자극과 영향이 훨씬 오래 지속되게 한다.
진한 감동을 수반한 독서를 통해 수험생활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수험생들이 예상 밖으로 많다.
휴가 동안에 마음만 먹으면 두세 권 정도는 읽을 수 있다.
현재 대학 1학년인 김모양은 여름방학 초반의 짧은 휴가 동안 혁명가 '체 게바라 평전'을 읽으며 활력과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했다.
"게바라가 혁명가라고 해서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인간이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어쩌면 그렇게 진실하고 철저할 수 있는가입니다.
게바라는 '자녀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훌륭한 혁명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깊이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저는 용기 있게 역경과 맞서 가는 게바라의 전기를 읽으면서 고3 생활이 오히려 편안하고 호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가족들도 함께 하라
많은 수험생들이 휴가동안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움직이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며 자기만의 자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가지길 원한다.
이것도 좋은 휴식 방법 중의 하나이다.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수험생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수험생은 별 마음이 없는데 가족 프로그램에 억지로 참여하게 하면 휴식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한편으로 보면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대화가 줄어들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지기 쉽다.
대화가 단절된 가정의 수험생들은 후반기로 갈수록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들이 힘들고 지칠 때 궁극적으로 의지하고 힘이 될 수 있는 곳은 가정이다.
지금까지 수험생들은 한 학기를 힘겹지만 잘 버텨왔고, 뒷바라지한 가족들도 많은 희생과 수고를 했다는 점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하루쯤 함께 모여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 칭찬하며 앞으로 더욱 힘찬 생활을 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일신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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