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찾아온 손님이 더 반갑듯이 뜻하지 않은 곳에서의 음악으로 인해 찾아오는 감동은 참 흐뭇하다.
예전에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구해내는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에는 외계인이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을 부르며 전 우주인에게 감동을 주는 장면이 있다.
그 배경이 지구인과 모든 우주의 생물체들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고, 가장 사랑받는 소프라노 가수로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 아름다운 아리아를 부르고 있는 장면은 그 영화의 전반에 깔려있는 위기감, 난폭성에도 불구하고, 쉼표와 같은 여유로움을 주었고, 그 영화 감독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슬며시 미소지었던 기억이 있다.
클래식 음악이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실제로 교육부가 중.고등 음악 평가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우리 음악인들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청소년기 음악 교육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즐거움의 대상이라 생각한다.
요즘 학생들의 학교, 학원을 오가는 생활이 어떠한가? 하루 4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한다는 아이도 있고, 심지어 압박감에 자살을 꿈꾸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적어도 학교의 음악 수업만은 편안한 휴식의 시간, 메말라 있는 우리 아이들의 정서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에서 만난 한 분은 마흔을 넘긴 나이에 너무나 행복해하면서 나에게 노래를 배우고 있다.
왜 학창 시절 음악은 그 분에게 지금처럼 다가올 수 없었을까? 또 음악치료학은 병든 이들을 치료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음악이 병도 치유할 수 있는데 우리 아이들의 찡그린 얼굴들도 충분히 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음악 시간은 악기를 얼마나 다룰 줄 알고, 노래를 잘 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즐길 수 있고 삶의 활력소로 그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지 실용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저 좋은 영화를 보고 감동받듯이 학창 시절 음악 수업을 생각하면 즐거운 음악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는 음악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본다.
이인철 성악가.바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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