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시작된 노사간의 단체교섭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가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
대부분의 교섭이 봄에 시작되기 때문에 춘투라고 하는데 여름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하투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우리의 경우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2년이고, 임금협약의 유효기간은 1년이기 때문에 노사교섭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우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는 단체협약은 2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할 수 없고,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2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한 경우에 그 유효기간은 2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너무 긴 경우에는 그 단체협약이 사회적·경제적 여건의 변화, 경영상태에 적응하지 못하여 당사자를 부당하게 구속할 우려가 있다.
이는 단체협약에 의하여 적절한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노사관계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단체협약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염려가 있으므로 법에서 미리 그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것이다.
어쨌든 이와 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우리는 해마다 노사교섭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올해도 역시 또 한번의 쉽지 않았던 과정이 끝나가는 것 같다.
봄에 있었던 화물노조파업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를 안타깝게 했고 정부 대책이 늦어져서 우리를 실망시켰다.
정부는 화물노조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대응이 늦었는가. 화물노조원들이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 초기의 이유였다.
금년 초에 내려진 법원의 판결도 이들은 사업주이지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법원과 정부의 합작으로 사태는 급박하게 진전되어 갔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법원과 예견된 분쟁에 대비하지 못하는 안이한 정부의 모습을 보았다.
지난 90년대 초 미국은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최소한 10년 이상의 미국의 호황은 바로 이들의 공이었다.
전국적인 노사관계에서 일어나는 큰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 주고 작은 부분은 당사자가 해결한다.
이것이 노사관계문제 해결에 있어서 정석이다.
올 봄의 노사분규는 마치 존재확인이라도 하듯이 분야별로 차례로 발생하고 지나갔다.
공무원노조입법화문제, 철도공사화에 따른 파업, 지하철파업, 나아가 전교조문제까지 발생했다.
어제 신문에 경제부총리의 기자회견내용이 기사로 나와 있다.
부총리의 답변에 따르면 우리의 노사관계는 정리해고문제, 파업기간 중 임금지급문제, 정규직 근로자의 높은 보수 및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문제,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문제 등이 현안이며 8월 중순까지는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부총리의 답변은 주로 민간부문만을 언급하고 있다.
노사문제는 민간부문 이외에도 공공부문이 있으며, 앞으로 우리의 노사관계에서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공공부문이다.
부총리의 문제인식에 임하는 순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염려된다
현안은 산적한 것 같은데 정부는 올해 말까지 우리의 노사관계 모델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시한을 정하여 하겠다는 발표가 혹시라도 충분한 준비 부족으로 졸속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며, 특정 모델의 설정보다는 먼저 문제해결방식을 결정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올 봄 화물노조파업에서 정부가 보여 주었던 대응 능력 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정부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의 협상문화 부족도 그 원인의 하나이다.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남북대립, 이념대립이 우리에게 이분법적인 흑백논리의 사고방식을 심어 주었다.
문제해결에 있어서 우리는 적 아니면 동지로 생각하며, 중간적인 존재는 없고 중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은 소위 회색분자로 치부되어 경멸된다.
이제 이러한 사고는 바뀌어야 한다.
중간적인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며 교섭의 양 당사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우리에게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교섭이라는 평화적이고 훌륭한 장치가 있기는 하나 이것이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도 다년간의 훈련과 학습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래야 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
문제해결의 방법으로 결국에는 대화에 의한 교섭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개인이든 단체든 누구라도 이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정부도 분쟁에 대처하기 위해서 보다 세련된 방식을 터득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노사당사자나 정부 모두 대비와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2만 달러 시대가 곧 다가온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노사교섭의 형태 즉 노사관계의 수준이 40위권 이하에서는 2만 달러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노사교섭의 방식이 지금보다 유연해져야 할 것은 분명하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상황의 파악은 자금의 흐름 뿐만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으로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상덕(계명대 교수 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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