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보구상 덜컥 합의, 어쩌자는 건가

한국과 미국의 '미래 한.미 동맹 정책구상' 3차 회의 공동 발표문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낸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미군의 10가지 특정 임무 중 9가지를 한국군이 넘겨받고, 서울 용산기지의 반환, 한강 이북 미 2사단의 1단계 재배치(부대 통합)를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합의는 자주국방을 진일보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비록 유엔사의 통제를 받긴 하지만, 판문점의 경비책임을 떠맡게 된 것은 휴전선 155마일을 우리가 전담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을 과소평가 할 수 없다.

또 열강의 군사적 거점으로 활용됐던 용산기지의 반환도 외세 강점사를 종식시킨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용산기지 반환 이외의 합의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해외기지 통합.조정 등 미국의 신국방전략에 우리의 안보상황을 반영치 못하고, 덜컥 합의를 수용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강 이북 미 2사단의 재배치는 북한 핵 사태가 종결된 뒤 추진하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에서도 강도 높게 이 부분을 요구했으나, 결국 희망사항이 되고 말았다.

한강 이남으로 실제 이전하는 2단계 재배치만이라도 우리의 의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미 2사단의 1단계 재배치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특정임무의 조기 반환이다.

우리측은 그동안 2010년을 전후해 특정 임무를 반환 받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등 떠밀리듯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안보 누수와 엄청난 국방비 부담을 예고하는 일이어서 국민들로서는 가슴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방예산이 얼마나 더 들지 모르겠다"는 군 관계자의 언급을 접하면 더욱 한심한 생각이 든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내용도 모르고 임무반환에 합의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정부는 이 같은 국민불안을 이해한다면 안보 누수에 대한 보완대책과 향후 국방비 부담이 어떻게 늘어날 것인지에 대한 설명과 대국민 설득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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