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람개비-대구...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환영 ○○○선수단', '무능·무책임하고, 부패한 대구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출퇴근과 취재로 다니다 보면 대구 수성교는 하루 두번씩 이상, 대구시청 앞은 수시로 다닌다.

때문에 이처럼 의미하는 바가 서로 다른 두종류의 플래카드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앞의 것은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을 환영한다는 뜻에서 대구 기독교인들이, 후자는 대구의 어느 민원인들이 오래 전부터 대구시 행정과 관련, 시당국을 비난하며 시청 앞에 내건 플래카드다.

U대회가 바로 코앞이라 남다른 생각이 교차한다.

지금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이번 U대회를 계기로 지하철 참사로 우울했던 불행의 기억을 딛고 '후진 대구'라는 오명을 하루 빨리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려는 마음 간절하다.

지금 대구는 야구로 치자면 9회말 투 아웃에 들어선 선수가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에서 마지막 공 하나를 남겨둔 것 같은 상황이랄까. 어쩌면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그러기에 지역민들은 남녀노소, 계층 구분없이 힘 보태기에 여념 없다.

깊은 산속 가람에서 깨달음을 구하는 운수납자(雲水衲者) 스님네들 조차 나선 요즘이다.

대구 동화사는 8월13일 가난한 나라 몽골 선수단 지원을 위한 시민법회를 열고 지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른 종교인들 역시 부산하기는 마찬가지고 대구의 어느 기업체는 몽골 선수단의 유니폼 마련이 어렵다는 소식에 선뜻 옷 후원을 약속했다.

그뿐이랴. '가난한 살림살이'에 이골난 대구문인협회 문인들도 나선 터다.

전 세계 미래를 짊어진 젊은이들이 온다기에 대구를 기억하고 다시 찾도록 하는 방법을 찾던중 좋은 추억거리를 마련했다.

'글은 칼보다 강하다'는 구절처럼 대구를 나타내거나 상징하는 시들을 모은 영문시집을 발간, 나눠주기로 한 것.

격렬한 경쟁 한마당이 끝나고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들이 오랫만의 여유를 갖고 펼쳐볼 시집 한 권!

창밖 아래 한국의 산하와 시집을 번갈아 보며 잠시 대구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고향으로 간뒤에도 그들의 책상엔 대구라는 낯선 도시에서 받은 시집 한권이 꽂혀 있으리라. 그리고 언젠가 '그 대구에 갈 날'을 손꼽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이처럼 U대회 성공을 기원하는 뜨거운 마음은 지역민 모두 다 같다.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고 내일도 싫든 좋든 두 종류의 플래카드를 보고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야 하기에 마음 한구석 착잡해지는 요즘이다.

서로가 할께 할 윈-윈(win-win)의 묘안은 없을까?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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