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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교육섹션 솜씨 키우기-시 길라잡이

'참매미가 웁니다/차암, 차암, 차암, 차암,/참나무에서 웁니다/차암, 차암, 차암, 차암/참 덥다고 웁니다/차암, 차암, 차암, 차암/참나무랑 같이 웁니다/차암, 차암, 차암, 차암' 짙푸른 나무들이 마치 성능 좋은 스피커처럼 자지러지는 매미 소리를 온종일 쏟아냅니다.

불화살처럼 쏟아지는 땡볕을 맞으며 산천은 이제 온갖 생명들이 벌이는 거대한 춤판입니다.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 떠납니다.

산을 찾아 헤맵니다.

그런데 전국의 모든 도로가 주차장이 될 만큼 너도나도 길을 나서지만, 대부분 먹고, 마시고, 뛰고, 씻고, 놀다가 버리고 되돌아 올 뿐, 자연이 온몸으로 쓰고 있는 생명의 서사시를 제대로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몇 백 리를 달려 바다에 도착해도 파도의 지껄임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모래밭에 흩어져 있는 조개 껍질들의 사연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산과 계곡을 찾아가도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의 이름을 진정으로 불러주는 일이 드뭅니다.

이처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산이 가슴을 열어 보일 리가 없습니다.

바다가 가슴 설레는 이야기를 들려줄 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낯선 곳을 찾아 다녀도 아름답고 그윽한 풍경의 체험은 쌓이지 않고, 일회용 볼펜으로 그린 약도만 머리 속에 어지럽게 남을 뿐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자연 풍경 체험은 그들의 생각의 원초적 공간을 아름답고 튼튼하게 축조하는 일입니다.

방학이라는 기차를 타고 이 여름을 가로질러 가고 있을 어린이들에게 이런 시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요것 조것 요것 조것 외우지만 말고/따분하게 시시하게/되풀이 되풀이 베껴 쓰지 말고/얘들아 이 여름에는/ 산을 만나러 가자/바다를 만나러 가자/이 땅에 우리와 함께 착하게 살아가는/망초와 엉겅퀴와 짚신벌레와 멧새를/개구리, 매미 소리를 들으며 오소리를 찾아가자/굽어 흐르는 시냇물, 출렁이는 바다에서/피라미, 다슬기, 고래도 만나 보자/딱지치기하던 골목을 떠나/땡볕에 나서자, 땀흘리며 가보자/볕이 따가우면 해바라기 몸짓으로/소나기 쏟아지면 온몸으로 맞으며/외갓집 뒷산 숲속 도깨비도 만나 보고/바닷가 조약돌의 이야기도 들어보자/길을 잃고 맨발로 헤매어도 보자/이 여름 구석구석을 쏘다녀 보자/그래서 얘들아,/여름이 끝나는 날, 여름이 드러눕는 날/바다로 간 아이는/한 아름 바다를 안고 출렁이며 오너라/산으로 간 아이는/구불구불 산줄기를 끌고 오너라'

(김동국.아동문학가.문성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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