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거기 누구 없소

지난해 10월 일본의 중·참의원 보궐선거에서 7명의 당선자 중 4명이 30대 젊은 정치인이었다.

40대 미만의 젊은 국회의원이 10%에 불과한 일본 정계에서 이러한 현상은 대단한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49세의 한쩡(韓正)이 중국 최대도시 상하이(上海) 시장에 선출됐다.

그는 권위주의 행정 타파의 기수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엔 루하오(陸昊)라는 35세의 여성이 베이징 부시장에 발탁돼 중국 안팎을 놀라게 했다.

명문대 출신의 국제감각을 갖춘 이들은 중앙과 지방직을 순환하면서 중국 정치를 이끌며 차세대 지도자의 꿈을 가꿔가고 있다.

지난번 대선에서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이 50대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했다.

이후 정치권에 개혁신당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변화바람이 이는 것 같더니 어느덧 꼬리를 내리고 있다.

개혁을 뒷받침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결집이 아직은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에 386세대를 전진배치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들의 미숙함이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정관계 일각에서는 경험 많은 노련한 인사들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한다.

사회 곳곳에 인재는 많지만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한나라당도 당 대표 경선뒤 초선 의원급을 대거 당직에 전진 배치하고 사이버 논객을 비례대표로 내세우겠다고 하는 등 변모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탓이다.

이젠 지역을 이야기해야겠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었던 대구·경북지역엔 아직도 좌절감과 지하철사고 이후의 정신적 공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4선의 강재섭 의원이 지역의 절대적인 지지에도 불구,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차세대 지역을 대표할 인물로 꼽히던 그였다.

이후 대구·경북은 비전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유능하고 참신한 차세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소홀했다.

'예전엔 나도···'라며 과거 지역이 잘 나갈 때만 반추하며 코앞에 닥쳐온 질풍노도는 도외시한 채 현실에만 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지역에서도 인재를 키워야 한다.

젊고 참신한 인재를 육성해 정치, 경제, 문화계 등 각계로 배출, 이들이 지역의 미래를 끌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의 보수성과 지역주의적 성향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치계의 참신한 인재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현재 대구 11명, 경북 16명의 지역구 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60.8세다.

한나라당 자체에서도 경로당이라는 자조섞인 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온다.

물론 나이 든 의원이라고 해서 한 묶음으로 매도해선 곤란하다.

기성정치인 뺨치는 닳고닳은 젊은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타락한 젊은이는 길 찾기에 능숙한 늙은 말보다 못하다.

나이 든 의원들 중에는 노련미와 경륜을 살려 지역을 위해 젊은이 못지않게 뛰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다.

그래도 현재의 한나라당은 너무 노쇠했다.

'수구꼴통(?)'이라는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17대 총선에서는 지역에서도 정치때가 덜 묻은 30, 40대의 인물들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뜻 있는 지역인사들의 주문이다.

어렵더라도 30, 40대 신진들을 단 몇 명이라도 국회로 진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정가에서도 진보와 보수 세력이, 신·구세대가 적당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 정치의 발전도 가능하다.

신진들이 정치를 배우고 선수(選數)를 쌓고 어느 시점이 되면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전직이 뭐였든 초·재선 의원들은 얼굴을 내밀어도 알아주지 않는다.

적어도 3, 4선은 돼야 말발이 먹혀든다.

그래서 중진급 의원도 있어야 한다.

현재 지역 정계의 구도로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이런 근거에서 나온다.

1, 2선 의원도 적당수 있고, 3, 4선 의원이 이를 받쳐주며, 5, 6선의 베테랑 의원들이 이들을 이끌어 주는 형태가 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역량이 검증된 이를 차세대 지도자로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특정 정당 지지 일색인 지역 정치 풍토와 유권자들의 의식부터 바꿔야 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두뇌경쟁의 시대에는 뛰어난 인재, 창조적 인재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빌 게이츠처럼 수 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천재를 육성해야 한다"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계의 천재 못지않게 지역 정치계에도 인재가 아쉽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홍석봉(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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