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는 새벽마다 일어나
세상의 이치를 맞추듯 구멍을 맞추곤 했지요
미처 챙기지 못한 날
하얗게 지친 얼굴로 기다림의 마지막에 서서
온통 회색 절망에 빠져 있었지요
밤새 아궁이가 달구어진 만큼
가벼워진 육신을 포개고 있으면, 사랑은
희생의 재로 남는 것이 되었지요…
지금도, 미치도록 타오르고 싶은 밤, 내게 숨어있지요
불문을 열어 젖히기만 하면 확 달아오를 밤!
황인동 '연탄에 대하여' 부분
황인동 시인은 경주에서 엑스포 준비에 바쁘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신혼의 날들이 흑백필름처럼 지나간다.
연탄구멍을 맞추기 위해서는 숨을 오래 참아야 했다.
그렇게 구멍을 맞추고 일어서면 좁은 부엌의 뒤쪽에 걸어 놓은 양은냄비들이 우루루 앞다투어 떨어졌다.
그렇게 단칸방에서 출발하여 차츰 가구를 장만하고 집을 마련했는데…. 요즘의 신혼부부들은 너무 호사스럽게 시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나만 갖는 것일까?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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