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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종교간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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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때의 고사 '호계삼소(虎溪三笑)'는 재미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 차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예기치 않았던 어떤 '열린 깨달음'의 세계를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고승 혜원 스님은 산문(山門)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철저하게 고수했다.

그는 도연명·육수정과 친밀한 관계였는데, 하루는 세 사람이 절에 모여 즐겁게 담소를 나누게 됐다.

밤이 이슥해서야 혜원 스님이 두 사람을 배웅하러 따라나섰다가 이야기에 취해 그만 산문 밖의 호계다리까지 건너고 말았다.

이를 깨달은 세 사람은 크게 웃었다고 한다.

▲근년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이 고사를 무색케 하는 종교간의 화해와 화합 분위기가 일기 시작, 종교계에선 물론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해선 불교계와 천주교계가 서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성직자들이 상호 방문하는가 하면, 종교간의 벽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움직임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천주교·기독교·불교의 대표적 신앙공동체들이 대화 모임을 결성, 상호 이해 등을 모색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오순절 평화의 마을' '두레마을' '다일공동체' '실상사' '정토회' 등 5개 공동체는 오늘 지리산 노고단에서 '한국종교공동체연대'를 출범했다.

종교간 대화와 포괄적 공동체운동, 이웃 종교의 영성 수련·수행법 체험, 사회 봉사와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연대 등이 그 목적이다.

▲강원룡 목사와 송월주 스님이 제안, 오수영 신부, 김진홍·최일도 목사, 도법·법륜 스님 등 각 공동체 대표들이 동참한 이 모임은 대표적인 신앙공동체들이 종파를 초월해 한 자리에 처음 모였다는 점만으로도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이들 공동체 관계자 100여명은 이미 연대를 강화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14일부터 사흘간 실상사에서 '아름다운 만남, 연대하는 종교'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 등을 주제로 수련회를 갖고 있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가치관이 흔들리면 아무리 잘난 사람도 '저 혼자'뿐이게 마련이다.

그 빈자리에는 독선과 아집이 자리잡는다.

'우리 사회는 오케스트라와 같다'는 말의 뿌리도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는 얼마 전 미증유의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을 참담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불행하게도 그 바탕에는 종교적 갈등이 깔려 있었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계의 최근 움직임들과 이번 모임의 출범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만남이다.

이 출범이 '생명과 평화의 새 길 트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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