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지폐에서 늘 만나면서도 무심코 넘기는 조선조의 걸출한 인물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은 우리나라 최고의 학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1천원 짜리 지폐에 그의 초상이 실려 있기도 하다.
'쉽고 명백한 것은 선생의 학문이요, 정대하여 빛나는 것은 선생의 도요, 따스한 봄바람 같고 상서로운 구름 같은 것은 선생의 덕이요, 무명이나 명주처럼 질박하고 콩이나 조처럼 담담한 것은 선생의 글이었다'. 그의 제자 김성일(金誠一)이 이렇게 예찬하고 있듯이 실로 그는 반천년 동안 끊임없이 섬김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오히려 외국에서 더욱 떠받들려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이기철학(理氣哲學)이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 등이 외국에서 더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사상을 숭앙하는 모임이나 학회들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그의 철학과 사상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 건 그를 너무 학문의 세계에만 가둔 탓도 없지 않으리라.
▲일본에 퇴계의 학덕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오는 11월경 제막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후쿠오카현 정행사(正行寺) 경내에 지난 7월 25일 세워진 이 비에는 앞면에 '이퇴계선생현창비(李退溪先生顯彰碑)'라 새겨졌으며, 뒤편엔 그의 사상의 개요 등을 담았다 한다.
일본의 '이퇴계를 배우는 학회'가 중심이 돼 빛을 보게 됐으며, 비문에 '학은(學恩)에 보답하고자 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한다.
▲일본에서는 처음 건립된 이 비는 일본 왕실의 불사가 이뤄지는 절에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왕실 음악을 주관하는 아악어당(雅樂御堂) 바로 앞에 세워졌다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일본에선 이곳이 일종의 성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더구나 이 사찰은 퇴계 사상을 지속적으로 강의하기 위해 아악어당에 임시로 '경신학림(敬信學林)'이란 현판을 내걸었으며, 멀지 않아 별도의 건물을 지어 퇴계를 숭앙할 움직임이라니 여간 뿌듯한 일이 아니다.
▲제막도 안 된 이 비를 참배하려 벌써 하루에 200여명씩 찾아오며, 일본에선 문화재로 지정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정행사는 일본의 퇴계학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는 행여 멀어져 가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가치관이 흔들리고 정신문화가 허물어져 가는 이 시대에 학문은 물론 인간적인 품격과 운치가 빼어나고, 벼슬로 나가는 길과 물러날 때를 분명히했으며, 가정의 소중함까지 누구보다 깊이 인식했던 그를 늘 가깝게 모셔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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