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두관 구하기' 경찰이 나서다니

한총련 소속 일부 대학생들의 미군부대 진입 시위 사태와 관련,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한나라당에 의해 강행방침이 정해지자 총경급을 주축으로 한 경찰간부들이 지역구의 야당의원들을 상대로 구명로비를 벌였다는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각 부처장관들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거론될때마다 산하 공무원들이 자기들 직책을 이용해 이런 식으로 구명로비를 한다면 국회의 정부견제 기능 자체가 마비될지도 모를 상황까지 올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경찰간부들의 장관 구명로비는 어떤 경위로 이뤄지게 된건지 진상을 밝혀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는 우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은 물론 자칫 장관들의 사병(私兵)으로 전락할 우려까지 있는 만큼 정부도 "그럴수도 있지 않겠는가"하는 안이한 자세로 있을 계제가 못된다.

더욱이 총경급의 경찰서장들이 근무지 출신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해임건의안 자제를 요청했다는 건 말이 요청이지 그 속엔 은연중 '강압적 요소'가 다분히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

내년 총선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선거사범에 대한 단속이 경찰에 의해 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국회의원들 입장에선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까지 느꼈을 것이다.

실제 로비를 받은 의원들이 "입장이 난처했다" "시달렸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건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또 이런 구명운동이 전국적으로 이뤄졌다는 건 경찰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걸 의미하고 이건 '누구의 지시'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상황임을 추론할 수 있다.

경찰청은 이를 부인하면서 단지 한총련에 대한 지역민들에게 설명할 자료를 냈을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이에 선뜻 동의할까 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

또 일부 경찰 간부들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경찰청장에 미칠 영향도 그렇고 사안의 발단이 경찰에서 일어난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당사자인 김두관 장관도 "그런 얘기를 듣긴 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대목도 장관으로선 취할 태도가 아니다.

한총련사태에 대한 경찰고위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국가 공권력의 중추세력이 이런 식으로 남용 되는걸 누구도 제지 안한 건 더 큰 문제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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