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도학원 관장 정영택씨

정영택(32)씨는 올 초까지만해도 월급쟁이였다.

국내에서는 꽤 유명한 구두전문회사의 판매사원. 정씨가 올 초까지 가졌던 직함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4월 '희망없는 월급쟁이' 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5월, 정씨는 대구 침산동 건영하이츠 상가에서 검도장인 '해동검도'를 열었다.

현재 회원수는 50여명. 개업 4개월을 갓 넘긴 학원치고는 회원수가 꽤 많은 편이다.

정씨는 월 수백만원을 회비 수입으로 벌어들인다.

점포임대료(140만원)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정씨의 순수익. 정씨는 월급쟁이 시절 10년동안 항상 100만원 단위에 머물렀던 월수입을 창업 직후 단숨에 불려놨다.

요즘도 검도를 배우겠다는 문의전화가 많아 월 5명 정도는 신규 회원이 들어오는 추세. 정씨는 1년내로 회원을 100명까지 불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월 순수익은 더 불어날 전망. 그는 학원의 경우, 점포 임대료외에는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마진율'이 높다고 했다.

"제가 다녔던 회사의 과장 월급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대기업 축에 드는데도 200만원이 안됩니다.

아무리 계산을 해도 '제대로된 삶'이 안되겠더라구요. 때문에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동안 내내 창업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그는 옷가게 창업을 통해 크게 성공한 회사 선배의 가게를 드나들며 '옷이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돈. 창업자금이 적어도 1억원은 준비돼야했다.

게다가 그는 옷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결론은 운동. 어릴적부터 태권도와 검도, 쿵후 등 운동에 능했던 그는 '무술 학원'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제가 다녔던 검도장의 스승이 검도학원 창업을 권유하셨어요. 점포까지 알아봐주시더라구요. 제가 각종 무술 학원에 다닌 경험을 살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망하지는 않겠다' 싶더라구요. 해동검도는 태권도 다음으로 인기가 있거든요. 아내와 의논한 뒤 사표를 냈죠".

보증금 1천700만원, 권리금 3천300만원에 학원을 냈다.

저축한 돈에다 부족한 돈은 대구.경북중소기업청 창업지원제도를 통해 2천만원을 빌렸다.

그야말로 소자본 창업.

정씨는 창업 이후 수입이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생활 패턴에도 큰 변화가 찾아와 너무나 즐겁다고 했다.

판매사원때는 공휴일이 없어 너무나 힘들었지만 창업 이후엔 토.일요일에 쉴 수 있어 가정도 훨씬 밝아졌다는 것.

"월급쟁이때는 일하는 것이 항상 괴로웠습니다.

스트레스때문에 1년 365일 거의 매일 술을 마셨죠. 그런데 창업을 하고 나니까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매일 할 수 있는데다 이 운동이 돈까지 가져다줍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운동에 관심이 커 무술학원이 전망있는 창업 아이템이라고 했다.

특히 해동검도는 운동량이 많은 전신운동이라 요즘들어선 어른들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 해동검도는 TV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호구를 쓰고 죽도를 든 '대항검도'와 구별되며 우리나라 전통 무예다.

"문을 연 뒤 광고 전단 한 장 돌리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옵디다.

그만큼 요즘 사람들은 건강과 운동에 관심이 커요. 또 해동검도는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권법을 가르쳐주기때문에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이 관리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만큼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했다.

월급쟁이때는 몰랐던 새로운 애로사항과 싸워야한다는 것이다

"돈 관리가 어렵습니다.

세금도 생각해야하고 회원들의 수업료가 이따금씩 밀리면 그것도 빨리 처리해야합니다.

회원들이 늘어 좋긴 한데 어려운 점도 함께 느는 것 같습니다".

정씨는 자신이 다녔던 회사 사람들이 다 자신을 부러워한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직장생활 때보다 더 많이 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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