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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빨리 잊는 韓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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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외환위기 당시의 교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핫머니'라는 해외 요인보다 우리 경제 내부의 구조적 모순점이 위기의 근본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역사적 경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체제를 우등으로 졸업했다는 자만심에 빠져서인가, 불행하게도 한국은 이후 이렇다할 경제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노사분규와 지역이기주의, 대중인기 영합주의에다 투기 분위기마저 만연, 과연 IMF 당시보다 나은 게 뭐 있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의 회고록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루빈은 저서 '불확실한 세계'에서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경험의 교훈을 너무 빨리 잊고 이러한 망각은 종종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지곤 한다"며 그 단적인 예로 지난 99년 한국 정부의 외평채 발행 시도를 들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합리적인 금리 수준으로 외평채를 발행하면 당시 DJ 정권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금리수준 때문에 발행을 포기하려 했다는 점은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이를 부인하고 있어 루빈 발언의 진위는 차차 밝혀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갖고있는 철저한 '경제 논리'이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따라서 그의 충고는 한국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는데도 '정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는 질타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특히 러시아 루불화 폭락을 막기위해 지원해야한다는 미국 외교 라인에 정면으로 반박, "원칙이 무너지면 위험이 훨씬 크다"며 버텨 결국 러시아를 모라토리엄으로 몰고 갔지만 '도덕적 해이'에 철퇴를 가했다는 회고는 마치 현재의 한국 경제를 꾸짖는 듯하다.

우리는 지금 수출 증가, 미국.일본경제 회복 등 엄청난 외부 호재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노동계 내홍에 발목이 잡혀 경제는 그야말로 '안개속'이다.

'루비노믹스'가 철저하게 추구한 '경제논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더욱 가슴깊이 와닿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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