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먼저 정치권 최대의 핵심과제로 부상한 정치개혁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이만섭(사진 오른쪽)=이제 정치인들이 개혁이란 말을 더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꾸 개혁 개혁하니까 그저 막연히 개혁을 위한 개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개혁이란 돈 안드는 선거를 하고 정치인 자신이 맡은 업무를 겸손히 수행하는 겁니다.
가장 개혁해야 할 대상들이 오히려 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이경재=정치권에서 개혁의 과제를 어떻게 삼아야 하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문제가 선행되야 합니다.
우선 정치인 개인의 부정부패와 정치권 전반의 구조적 비리형성 관계를 파악해 개선해야 합니다.
정치자금 문제도 그 조성과정과 사용방법으로 나눠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행태도 개혁해야 하는데 우선 정치인 개개인의 변신을 줄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정당은 선거 대비용 이익집단으로 전락하고 국정 수행 임무를 게을리 하게된 것입니다.
보스 정치와 패거리 정치를 만들어 분당정치의 토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회=우리정치가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적인 후진국 정치구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말씀에는 두 분이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해법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만=선거제도의 변화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완전선거공영제와 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 지구당이 없어지고 돈이 적게 드는 공명선거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구당 구조를 유지하게 돼 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최근 한나라당이 지구당을 연락소 정도로 축소하자고 중재안을 내놓았는데 이름만 바꾸는 격입니다.
최근 불거진 대선자금 문제도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대통령제를 유지하면 후속 대선자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대통령제는 한번 대통령을 뽑으면 싫든 좋든 5년을 같이 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국민의 관계가 이혼하고 싶어도 이혼할 수 없는 부부관계와 같이 돼버린다는 말입니다.
내각제를 도입해 대통령은 외치만 전담하고 총리는 수시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개헌 문제가 갑자기 현안으로 부상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부터 신중히 검토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그러나 한국의 대통령제가 경제발전과 민주화가 동시 발전하는데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또 내각책임제는 우리역사에서 처참한 실패로 남았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능력없는 대통령이 집권한다는 문제의식에만 빠지지 말고 그 반대로 훌륭한 대통령이 집권, 5년을 이끌어 갔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면서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다양한 에너지를 모으고 국민통합을 해나가려면 내각제도 적극 고려해봐야 합니다.
국회의장을 하면서 보니까 대통령 선거 끝나면 바로 다음 선거를 위해 기싸움에 돌입하는 상황이 정치관행처럼 돼 있었습니다.
사전에 권력을 분립시키고 여야 모두에게 일정 부분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면 정치인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소모적 정쟁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경=의장님 말씀은 문제의 원인이 정당들의 권력투쟁을 위한 몰입이라는 것인데 이같은 문제는 제도개선보다는 정치권 전반의 의식 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제도만 뜯어 고친다고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제도개선으로 일정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미봉책에 불과할 것입니다.
-사회=최근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자금 수사가 '빛좋은 개살구'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역대 대선자금 수사가 전부 흐지부지 끝났기 때문입니다만.
▲만=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서 이번 문제는 절대로 그대로 넘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덮어두는 것도 문제지만 드러난 사안에 대해 벌주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대통령은 대선자금 뿐 아니라 이번 사태와 연계된 모든 비리를 엄히 다스려 정치권 물갈이의 초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경=최근 대선자금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국민적 요구와 대통령의 정치인식, 시대의 요구 등 3박자가 맞아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국민의 요구를 위임받은 수사를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입법부가 만든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활동해야 합니다.
-사회=최근 특검법 처리를 둘러싸고 파장이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만=한나라당이 제출한 3개의 법안 중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2개안은 검찰 조사에 맡기고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와 관련해서는 특검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측근비리는 특정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양길승씨 관련 의혹은 검찰도 관련돼 있어 수사 부담을 가질 수 있는 점도 특검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경=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는 것은 잘못입니다.
검찰은 입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특검통과 자체를 두고 왈가왈부 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검찰도 정치권에 대해 뿌리깊은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습니다.
-사회=이라크 파병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만=이라크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이제는 파병이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엔 사무실이 철수하고 세계적십자사도 철수했습니다.
파병한 나라들은 속속 자국 군대를 철수하고 심지어 승전국인 미국도 손떼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좀더 시간을 갖고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 결정해야 합니다.
▲경=파병은 국군 최고 통수권자의 결단 문제지 국민적 공론을 통해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지난 APEC회담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파병을 나에게 맡겨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부시에게 꼭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것인데 어길 경우 양국간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만약 우리가 어려울 때 부시가 알았다고 대답해 놓고 돌아가서는 '자국 사정이 좋지 않다.
여론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갑자기 반대해 버리면 크게 난처해질 것입니다.
또다른 문제는 사회 일각에서 이라크 파병문제를 이념투쟁의 장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것 입니다.
이는 파병 문제의 본질을 국익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이념적 논쟁거리로 삼아 감성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만=파병은 한미 양국 미래의 거시적 관점에서 논의돼야지 현 정권간의 약속 문제로 국한시켜서는 안됩니다.
미국과 한국간의 관계를 거시적으로 계산해야지 노 대통령이 부시 정권에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최소한 우리가 따질 건 따져봐야 합니다.
매일같이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지에 우리의 아들들을 무조건 내몰자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사회=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로 정치권이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 할까요.
▲만=국정혼란을 우려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노 대통령이 정치권의 재신임 반대를 이유로 재신임 철회의사를 밝힐 경우 국정은 더 혼란스러워 질 것입니다.
또다른 최도술 사건이 밝혀질 때 마다,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힘들어질 때 마다 재신임 문제가 다시 회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나라가 진짜 어렵구나" 생각했고 내가 정치 원로중 한사람으로서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헌법재판소에 소원까지 제기한 상태입니다.
노 대통령이 아직 재신임을 공식 요청하지 않아 헌재에서 접수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지금 전원위원회까지 넘어간 만큼 위헌 판단이 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 법률관계자들 대부분은 대통령 재신임 여부와 관련한 국민투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같은 법안을 개정하는 자체가 위법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에서 일대 평지풍파가 일어날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 측근들이 나서 적극 말려야 합니다.
대통령직을 하기 싫으면 국민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관두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됩니다.
▲만=이번 기회에 국민을 분열시키는 대통령의 '코드'정치도 사라져야 합니다.
부부도 평생을 코드 맞춰가면서 사는데 사회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만 편애하면서 살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이 먼저 국민에게 코드를 맞추는 변화된 자세가 필요합니다.
▲경='정관정요'라는 책에는 목재와 대패질 얘기가 있습니다.
목재가 아무리 좋아도 대패질이 서투르면 좋은 물건이 못된다는 내용입니다.
대통령 본인이 좋은 목재라고 생각하면 좋은 대패를 찾아야 하지만 만약 시원찮은 목재라고 생각되면 자신의 결점을 가려줄 대패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대패가 국내에 없으면 국외에서 찾아보고 그것도 안되면 과거의 역사속 인물에서라도 찾는 노력을 보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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