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자가 그 대금을 제대로 갚지 못했을 경우 고의가 아니라면 사기죄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회사가 지금까지 카드대금 연체자에 대해 채무를 조기 해결하라는 압박수단으로 형사고발을 남발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구지법 제12형사단독 송인권 판사는 24일 카드 론을 통해 9차례에 걸쳐 빌린 돈 3천500만원을 갚지않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임모(39.방문판매사원)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02년 2월 삼성카드를 발급받은 후 약 1년동안 정상적으로 사용대금을 결제해왔고, 외상 대금을 갚기 위해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민사상의 채무'는 지게 되지만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카드회사는 신용카드 발급에 앞서 가입자의 신용상태 파악과 유리한 계약조건을 강제할 수 있지만, 사용자의 경우 신용불량자로 등재돼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카드 회사에 대해 또다시 사기죄의 적용을 통해 그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부합되지 아니하고, 사적경제활동에 대한 형법의 개입은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대전지법이 지난 8월의 항소심에서 비슷한 판결을 내렸던 것을 볼때 향후 유사사건의 판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송 판사는 판결후 "민사재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을 형사법상 사기죄로 몰고가는 사례가 많아 민.형사사건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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