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인근 농촌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대구인근 시.군은 위장 전입을 비롯한 갖은 수단을 동원하며 '인구 기준선'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거대도시 대구의 배후지로서 '베드타운' 효과를 기대했던 인근 시.군들은 열악한 교육.문화.경제 여건으로 인해 대구 학군 진출을 노린 위장전출 등으로 '정주 인구'가 빠져나가는 대신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뜨내기 주민'만 늘어나는 실정이다.
올해 군위군은 3만명선이, 성주군은 5만명선이 결국 무너졌고, 청도군 역시 작년보다 233명이 줄어 인구 5만483명이 됨으로써 5만명선 붕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산 역시 대구 수성학군의 흡수효과 등으로 올해만 1천385명이 줄었고, 영천도 최근 10년새 무려 1만2천여명이 감소했다.
군위군은 지난 64년 당시 8만여명이던 인구가 98년 3만1천여명으로 줄어들자 그 해를 '인구 최저점의 해'로 정하고 주민수 증가를 위한 묘책들을 짜냈다.
쓰레기봉투 및 상수도요금 6개월치, 자동차 번호판 무료제공은 물론 인구 5천명 증가 때마다 전입 주민에게 소형 승용차 한 대씩을 추첨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추첨해보지 못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1년까지 인구가 3천500여명 늘어났지만 사람은 오지 않고 주민등록만 옮긴 위장 전입이었다. 거품은 곧장 꺼져 작년과 올해만 무려 4천934명이 감소해 결국 3만명 선마저 무너졌다.
대구와 가장 가까운 경산시 서부동의 경우 지난 10월 한달간 388명이 줄어 5만100명이 됐다. 전출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학생층인 5~20세, 학부모 그룹인 25~44세가 가장 많았다. 경산시청 이재영 시정담당은 "경산시의 경우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인구 유출이 가장 심하고 4, 5월이면 다시 경산으로 옮기는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며 "수성학군 진출을 노린 위장 전입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인구 5만 지키기 운동을 펴는 청도군도 매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인다. 잠시 전입했다가 4, 5개월 뒤 다시 이전 주소로 옮기는 '철새형 주민'도 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은 군청 공무원이나 각급 기관단체 관계자들이다. 농지나 사업문제 때문에 농촌으로 주소를 옮겨두는 '나홀로 전입세대'도 읍.면 공무원의 부탁에 못이겨 일단 가족 전원을 전입시키지만 90% 이상이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간다.
수년새 약 7천명이 줄어든 영천시의 경우 올초 시장이 주소지를 옮긴 공무원에게 인센티브까지 약속했으나 과장급 이상 간부 중 주소를 옮긴 사람은 2명뿐이고, 그나마 가족은 놔두고 혼자 옮겨왔다. 게다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약사 등 전문직들도 교육 등을 이유로 주소지는 대구에 남겨두었다.
12만명을 넘던 성주군도 지난 10월말 5만명 선이 무너졌다. 지난 6월말부터 넉달간 전출한 인구만 무려 500여명. 작년부터 '군청 직원이 한 명이 3명이상 주민등록 옮기기 운동'을 벌여 인구를 5만1천761명으로 잠시 늘어났으나 상급기관의 현지 감사를 받아야 했다. 이창우 성주군수는 "예전엔 성주에 주거지를 두고 자녀들을 대구 학교로 보내던 주민들이 지금은 대구에 주소를 두고 성주로 농사 지으러 들어온다"고 했다.
대구 인근 지역 주민들은 "단체장들이 중앙 정부 지원이 축소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정작 주민들이 바라는 교육이나 문화 여건은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리한 인구늘리기 정책을 비판했다.
영남대 지역개발학과 윤대식 교수는 "외국처럼 학군 조정이나 주요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단순히 행정구역이 아닌 생활권 중심으로 실시하는 '특별구'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회2부 대구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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