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이정웅 달구벌 얼 찾는 모임 대표

대구의 역사와 문화의 원류를 찾기 위해 지난 9월 4일 결성된 '달구벌 얼 찾는 모임'(달찾모)의 대표인 이정웅(58.수필가)씨를 보면 나무라는 단어부터 떠오른다.

이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나무 예찬론자. 뿌리를 흙에 내려 땅을 움켜쥐고 꼿꼿이 선 채 아낌없이 베푸는 나무의 매력에 흠뻑 빠져 30여년을 살았다.

올해 6월 대구시 녹지과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그는 34년 공직생활 가운데 19년을 나무와 관련된 부서에서 일을 했다.

대구지역의 산 가운데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그가 대구의 역사와 문화의 뿌리를 찾는데 그토록 골몰하게 된 것도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산림 가꾸기와 산불 방지 때문에 누비고 다니던 대구의 산마다 방치되고 잊혀져가는 역사적.문화적 유산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것이다.

"대구에 볼 것이 없다고들 흔히 말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대구 만큼 역사가 오래되고 곳곳마다 선조의 얼이 담겨 있는 곳도 드물 것입니다".

이 대표는 대구시민들의 삶 속에 정형화된 얼을 갖기 위해서는 대구의 문화.역사의 원류부터 찾아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팔공산을 아십니까?' '나의 사랑 나의 자랑 대구' '대구가 자랑스런 12가지 이유' 등 그가 남긴 5권의 수필집.사진집.시집 어느 하나 대구에 대한 사랑과 그의 예찬이 스며들지 않은 것이 없다.

1994년 서울에 도읍을 정한 지 600주년 되는 해 '남산 되찾기 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이 대표는 대구에도 이와 비슷한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대구에 경상감영이 설치된 지 400주년 되는 해인 2001년에 대대적인 대구 정신 발굴과 회복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대구시에 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이 아이디어 중 대표적인 것이 '연귀산 돌거북 바로놓기'였다.

연귀산 돌거북 바로놓기는 달찾모의 첫 사업으로서 최근 결실을 맺었다.

대구의 남북간 지맥을 잇겠다는 선조들의 뜻에 따라 놓여진 연귀산 돌거북은 일제강점기때 대구여자상업학교(현 제일여중)가 들어서면서 위치도 옮겨지고 방향도 틀어져 방치돼 오다 지난달 19일 달찾모가 제사를 지내고 약 50년만에 방향을 바로 놓은 것이다.

"돌거북을 바로 놓겠다는 꿈을 9년만에 이루고 나니 무거운 짐을 하나 벗은 것처럼 마음이 후련합니다".

달찾모는 김기선 영남대 교수, 손필헌 대구 중구문화원 사무국장, 김항회 대구화랑 대표, 이대영 달구벌역사문화연구소장, 최현복 대구흥사단 사무처장, 박성철 대구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각계 인사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달찾모는 대구지역의 문화.역사 복원 및 위인 재조명 사업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이 대표는 "팔공산 비로봉 꼭대기에 제천단이 있었던 흔적이 지난 3월 발견됐는데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구에서 출토됐으나 타지역으로 유출된 문화재를 되가져 오는 운동과 대구에서 태어난 위대한 음악가 현제명 선생을 기리는 운동 등을 달찾모를 통해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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