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여행과 자유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의 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상의 지루함을 떨치고 주변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게 떠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가는 곳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낯선 문화를 즐기며, 비껴가는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보며 현재의 나를 위로하고 영원한 이방인의 방관자로서 여유를 즐긴다.

사실 미지의 세계로 정처없이 떠난다는 것이 그렇게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그곳에는 예측하지 못한 차별과 적대감, 그리고 문화적 자연적 이질성이 도사리고 있어 언제 그들이 공격할지 알 수 없는 황량한 곳이다.

그래서 이동성의 불확실성보다 정착의 안전성을 더 신뢰하고 이동의 순간, 회귀의 본능으로 출발지의 정착을 그리워하는 것이 여행이다.

또한 여행은 낯설은 환경과 인간관계에 대한 처음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익숙해지면서 정착의 개념이 형성되며 여행의 정체성은 사라지는 것이 특성이다.

결국 이동과 정착, 일상과 여행, 구속과 자유는 같은 서클 안에서 공존하는 양면인 셈이며 상대적인 관계이다.

그래서 익숙한 일상에 무료해질 때면 일탈로 여행을 하지만 여행 동안의 기쁨과 자유도 돌아올 집과 가족과 제한된 시간이 있어 상대적으로 즐겁고 달콤한 것이고 여행 중 겪는 숙박의 불편함과 식사의 어려움, 육체적.문화적 곤혹함도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운 여행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가방을 챙긴다.

이제 학생들이 방학을 하면 여기저기서 알록달록한 가방을 메고 어디론가 그들만의 여행과 자유를 찾아 떠날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우며, 어떻게 그 여행을 보내는지 그 의미를 굳이 가르치고 일컬을 필요가 없다.

분명 그들은 여행에서 정착의 안전감이 이동의 역동성보다 결코 못하지 않음을 느낄 것이고, 일상의 익숙함이 가져다 준 편안함이 방관자의 여유보다 더 안락함을 알게 될 것이며, 무한자유가 가져다주는 책임과 인간의 의지, 삶의 규칙성, 구속의 아름다움을 뼈저리게 그리워하며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잠언이 진리 이상의 진실로 전해지는 것이다.

박모라 상주대교수.식품영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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