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위원석-수능사태 공교육 위기진단 없어

고3 수험생을 둔 가정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긴장시킨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1월 5일에 치러졌다.

성적을 비관한 학생들이 투신자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누구 한 사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본질을 깊이 천착하고 신중하게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에만 매달리거나 각 이익집단의 이해 관계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이 이러저러한 미봉책을 내놓을 따름이다.

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적용되는 제7차 교육과정은 종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이나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 평생 학습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태들을 볼 때 우리의 교육 정책은 명(名)과 실(實)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1교시 언어영역 지문에 학원가에서 출제된다고 떠돌았던 문제가 실제로 출제되었는가 하면, 한 때 출제 위원이었던 어느 대학의 교수는 출제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학습지를 통해 유포하고, 또 사설학원의 강사를 출제위원으로 선정하는 등 문제 출제의 공정성을 추락시켰다.

5교시 외국어 영역에서 시중 문제집과 거의 유사한 지문이 출제되는 등-이는 창의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교과서 외의 지문을 출제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원 측의 논리와 모순된다 - 여러 가지 파문은 수험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허탈감과 자괴감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정상적인 학제에 따라 충실하게 교육받은 대다수의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수학능력시험이, 공교육 붕괴는 물론 비정상적 경쟁사회를 유발하는 현상이 사회전반에 걸쳐 투영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시험당일 전 국민 출근시간을 1시간 늦추고 비행기의 이착륙도 제어하는 엄청난 국가 인재 등용문의 시발점인 수능시험, 일련의 공교육 붕괴 위기에 대한 의견 제시가 없다는 것은 매일신문을 사랑하고 신뢰하고 있는 많은 독자들을 스스로 외면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역의 다른 신문에는 11월 5, 7, 8, 13일 4차례나 사설을 통하여 수학능력시험으로 파생되는 문제점과 이로 인한 공교육 붕괴로 나타나는 학교현장 문제점과 공교육을 걱정하는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데 말이다.

매스컴이란 사회 전반적인 대변자로서 역할을 할 때 그 기능을 다하는 것이며 신문은 활자매체로 그 역할을 다할 때 매력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수학능력시험이란 테두리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수험생들만의 일로만 생각해서는 안되며, 반복되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작금의 교육현실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중매체는 국민의 눈과 귀, 그리고 대변자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하며, 교육당국을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매일신문이 많은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주었다.

신문이란 사건 자체를 사실 그대로 독자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 중 하나지만 여론 형성이나 사실에 대한 비판이 가미되는 내용으로 지면이 만들어질 때 독자들에게 신뢰받는 신문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상규 대구시교육청 교육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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