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매불망 고대하고 고대했던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는 날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다. 인생에 있어 또 하나의 큰 추억을 새기는 날이다.
종주에 대한 기대때문인지 몰라도 새벽 5시에 잠이 깼다. 어릴 때 이상하게도 소풍가는 날 일찍 일어나는 현상과 비슷할 지 몰라도 그러나 아무래도 일찍 기상한 것은 담배를 끊은 탓도 크다고 본다. 고3때 뻐끔 담배로 입에 대기 시작한 이래 5년전인가 잠시 금연한 적은 있지만 20여년간 애연가였던 내가 남은 인생이 적잖았지만 그래도 '완전 금연'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백두대간 종주때문이다. 담배를 끊는게 등산을 하는데 훨씬 수월할 것 같아서가 현실적인 이유였지만 민족의 보배와 자산인 백두대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고 나의 강철 같은 의지의 테스트라는 정신적 다짐도 한몫을 했다.
나는 담배를 단숨에 칼처럼 끊었다. 금연초도 의지하지 않았고 과자도 주전부리를 이용하지 않았고 그냥 단칼에 끊었다. 이 때문에 독종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요즘 저녁에 술마실때 분위기가 화 돌면서 담배를 피고 싶어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잘 극복했다. 금연한 지 한달도 되지 않는 놈이 이런 얘기하면 벌 받겠지만 흡연하는 사람들을 보면 몸을 망치는데 왜 피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솔직히 요즘 담배연기도 부담스럽다. 어제의 직접흡연 애호가가 지금은 간접흡연 피해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세상모를 일이다. 물론 내 주변에서는 "담배 끊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며 나의 금연에 대해 별로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나는 "두고 봐라. 반드시 다시 피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독종소리를 들으면서도 내 인생의 가장 큰 기념사업의 하나가 될 백두대간 종주를 생각하면 피우고 싶은 생각도 없다. 백두대간 종주앞에서 담배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하잖고 보잘 것 없는 것이다. 내 판단으로는 금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건강상의 이유만으로는 다소 약하고 뭔가 큰 야망과 꿈, 결정적 계기와 이유를 설정하는 것이 한결 쉽고 편할 것같다. 그렇지 않고 피우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는 것은 정신적 스트레스이며 이는 또다른 고통이다. 이럴 바에는 오히려 조금 피우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기자시절 때 담배인삼공사에 근무하는 한 홍보관계자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 우리회사는 금연운동이 없다"면서 한술 더뜨 "오래 사는 사람들도 골초들 많아요"라고 여유를 부리며 내가 보는 앞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뻑뻑 피웠다. 지금까지도 계속 골초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자기 건강과 자기 인생스케줄에 맞게 알아서 담배를 피우고 끊는게 바람직할 것 같다.
인간은 미완성의 존재다. 신과 짐승의 중간존재다. 완벽하면 재미없고 흠이 좀 있어야한다. 술도 끊고 담배도 끊으면 인생을 무슨 낙으로 살까. 체력만 뒷받침해주면야 술도 괜찮고 담배도 괜찮겠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일단 담배를 희생시키고 술만 애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지만 담배를 끊고 나서 나의 신체는 놀랍고 대단한 변화를 하고 있다. 손과 얼굴이 깨끗해지고 몸과 옷에서 칙칙한 담배냄새가 사라졌다. 사무실을 뿌엿게 탁하게 만들었던 담배냄새가 사라지고 청결해졌다. 건강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오후 식곤증은 물론 하루종일 몸이 늘 찌뿌렁한 피곤증이 사라졌다. 노인네들처럼 아침일찍 일어나게됐다.
문제는 하나. 몸 컨디션이 좋아지다 보니 술주량이 늘어났다. 몸 상태가 좋아지면서 몸이 술을 더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보통 과음한 다음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죽을 맛이지만 담배를 끊고 난 뒤는 훨씬 기상하기도 편하다. 결과적으로 금연을 하고나서 과도기적 현상이지만 술마시는 횟수와 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술과 담배, 이 두놈은 어느새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이면서도 얄미운 적군이 되어버렸다. 부모, 형제, 자식, 마누라로 이루어진 가족구성원 못지않게 우리 곁에 있었던 존재인 이 술과 담배가 몸에 지장없이 인간의 사랑을 받는 그날은 오지 않을까.
과학천재들이 인간복제보다는 이 분야에 달려 들어 연구를 했다면 벌써 좋은 결과가 나왔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시면 기분좋고 건강이 좋아지는, 피우면 기분좋고 건강이 좋아지는 그런 술과 담배.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인간에 있어 슬픔과 아픔이란 단어는 사라지고 인생은 재미가 없는 한낱 로보트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런 제품이 나와도 문제, 술과 담배가 지금처럼 되어도 문제. 횡설수설.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내가 금연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그만큼 내가 결연한 의지를 갖고 비장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다이어트차원, 별로 먹고싶지 않아서, 마누라가 게을러 안해주어서 등등의 이유로 아침식사를 자주 거르는 편이다. 그러나 힘을 내기위해 오늘따라 마누라에게 콩나물국을 끊여달라 해서 한 그릇 후딱 먹고 7시쯤 출근길에 나섰다. 내가 사는 고양시 화정집에서 서울 강남역삼 사무실까지 오는 길은 늘 와도 멋있다. 한강을 끼고 있는 도로로 달리기때문이다. 탁트인 아름다운 한강의 경관을 보기 때문에 늘 출퇴근길은 도심을 떠나 여행을 가듯이 드라이브하는 기분이다.
동쪽하늘 저편에서 벌겋게 떠는 해를 바라보며 출근하는 길도 멋있지만 특히 퇴근길 석양길의 노을 진 한강주변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오죽했으면 내가 채팅사이트 내 이름을 '노을' 이라고 지었을까. 나보고 "어디 사느냐"고 물었을 때 "일산에 산다"고 하면 열이면 열 "너무 멀리 사시네요. 힘들겠네요" 라고 걱정을 해준다. 사실 지하철로 오면 1시간 반이 걸린다. 매우 긴 시간이다. 솔직히 어떤 경우 지겨울 때가 있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 보통 때는 1시간정도, 차가 막히지 않으면 40분정도 걸린다. 나는 그 같은 질문을 받으면 "아니예요. 더 큰 기쁨이 있어요. 매일 한편의 예술작품을 감상해요"라며 질문을 해주어 고맙다는 식으로 신이 나 애기를 해준다. 사실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한강을 하루에 두번씩 만난다는 것은 감동적이며 축복이다. 만약 승용차를 타고가면서 좋아하는 음악까지 틀어놓고 팔을 차창에 기대면서 가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혜택받은 사람중의 한 명"이라고 늘 만족스럽게 생각하며 오늘도 출퇴근길을 달린다.
나라의 수도 가운데 한강처럼 큰 강이 흐르는 곳은 없다고 한다. 게다가 북한산을 병풍으로 삼아 펼쳐지는 아름다운 서울의 풍경에 대해 외국인들은 탄성을 내지른다고 한다. 나는 이제 '한강애찬론자'가 되었다. 히딩크 전국가대표감독은 한강을 낀 서울 첫 인상을 시멘트빌딩의 회색도시라고 표현하며 운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말이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치적중 하나가 한강개발이라고 하는데 환경운동가들은 오히려 환경파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어쨌든 한강을 따라 출퇴근하고 있는 나는 무척 복받은 사람이다. 이를 무기로 삼아 내 고향 대구사람들을 만나면 늘 약올리고 있다. 대구 신천강이 강이냐.
출근길 하늘은 구름이 많이 끼어 있어 회색빛으로 연출했지만 늦가을의 상쾌한 날씨였다. 뉴스에 따르면 오늘 날씨는 오전에 비가 오다가 오후부터 개이면서 11월 중순경과 같은 추운날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에서 들려오는 7시 뉴스에는 북한이 핵개발계획과 관련 미국에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의했다는 내용, 또 러시아에서는 체첸반군이 700명의 인질을 잡고 체첸에서의 철군을 요구했다는 내용등 우울하고 어두운 소식만 흘러나왔다. 어제는 강대국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13건의 저격사건 범인이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저격사건은 9.11뉴욕테러보다 심리적으로 더 큰 심리적 공황을 던져 준 사건이라고 한다. 이 범인은 한 때는 평범한 가장이었으나 지금은 이혼당하고 개인적으로 파산한 사회낙오자라고 한다. 북한 ,이슬람 체첸반군, 저격범 이들은 모두 국가그룹에서 사회그룹에서 모두 소외된 이들로 무모한 행동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런 행동이 나오게 된 이유를 따져보는 따뜻한 배려가 아쉽다는 생각을 해봤다. 풍요속에 빈곤, 부익부 빈익빈 등의 말이 떠올라진다. 인류가 가야하는 길은 한길이다. '공생 행복'의 길이다. 지금은 착하고 훌륭한 사람의 대명사로 되어버린 자선사업이 원래는 부르조아계층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불만계층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야하는 시점인 것같다.
그리고 물질적 부가 행복의 척도가 아니라는 게 증명이 되었는데도 인간은 왜 그것을 맹신하고 맹종하는 것일까. 부자가 행복한 사람이면 벌써 세상은 무너졌다고 확신한다. 신은 그렇게 어리석지가 않다. 내가 만난 잘사는 사람들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가정속을 들여다보면 큰 걱정이 다 있었다. 오히려 보통 가정에서 큰 행복을 본 경우가 더 많다.
엉뚱한 얘기지만 제레미 리프킨이라는 유명한 환경운동가는 이점을 지적했다. 인간들이 자신들이 먹는 소나 돼지들을 우리에 가둬 놓고 잔혹하게 키우고 잔혹하게 죽이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한 문화를 평가하는 척도는 그 사회내에 가장 무력한 자를 어떻게 대하는 지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육우소비를 줄이자고 호소한 말이 생각난다. 여기서 약자는 동물이나 사회적으로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하층게급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국내 모 환경단체인사로부터 들은 얘기인데 "미국축산농가에서는 부드러운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 소를 움직이지도 못하게 한다"고 한다. 그 소의 맺힌 한과 고통이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 혹시 전달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근래 달걀도 생산증대용 개량닭이 낳은 것으로 1년에 250개의 알을 낳는 품종도 있다고 한다. 어릴 때 본 토종닭의 2배. 자기 몸하나 가누지 못하는 공간에서 항생제 섞인 사료를 먹은 닭이 낳은 달걀은 '달걀 자판기'달걀. 그것을 맛있게 먹고 있는 불쌍한 한국의 소비자들이여.달걀을 먹는 게 아니고 항생제사료를 먹는 거나 마찬가지구만.
그리고 요즘 뉴스를 틀면 전쟁과 테러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지금 민주주의와 인간의 합리성이 보편화되고 있는 요즘에도 전쟁과 테러가 계속되고 있다니 한심하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전쟁을 하고 정복을 하고 싶은 더러운 찌꺼기가 살아 남아 있는지, 과연 인류의 평화는 영원히 불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우리나라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무슨 상관이냐는 소박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 2천년동안 1천번을 조금 못미치는 전쟁을 했다고 한다. 불쌍하게도 주로 외침을 받았다. 우리는 역사교과서를 통해 이것을 평화민족의 상징으로 자랑하고 있다. 1천여번의 크고 작은 전쟁을 극복하고 단일민족을 지켜낸 자랑스런 민족이지만 질릴 정도로 전쟁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수천년동안은 이 같은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만약 신이 있다면. 그리고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전쟁과 테러얘기를 거론한 것은 자연의 무위(無 爲)사상을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기때문이다. 지(知)를 못마땅하게 여긴 노자는 잘난 척하지 말고 욕심을 부리지 말고 싸우지 말라고 했다. 전쟁과 테러의 원인은 야망과 탐욕, 자기만의 이념등등. 이것은 자연앞에서, 백두대간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부질없는 장난들인 것이다.
상쾌한 날씨를 느끼면서 반대의 슬픈 뉴스를 듣고 오면서 백두대간의 종주길이 "아마 이럴 것"이라고 미리 암시하는 것 같았다. 기쁨과 환희, 고통과 시련이 뒤섞이는 산행. 아마 이것이 인생과 백두대간종주의 공통분모일 것이다.
나는 늘 주위에 인생은 '추억쌓기'라고 말한다. 나의 한 친구는 이 얘기에 감동을 받아 추억쌓는다는 핑계로 여자꼬시기에 열중하면서 더러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어 나의 깊은 뜻을 왜곡하기도 했다. 한때 '뭐 만들기'도 유행하면서 '추억만들기'라는 말도 흔했다. 술집간판에 도 많았다는 것을 모두다 기억할 것이다.
만약 임종을 앞두고 있다면 잠시나마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쳐가는 수많은 추억들, 참으로 나를 기쁘고 슬프게 했던 또렷히 기억되는 추억들이 많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죽을 때 특별한 기억이 없다면 참으로 재미없는 인생을 살다가 간 것이다. 이럴 때 적당한 말이 있다. "왜 태어났니" 내지 "왜 사니". 이 말도 한 때 유행했다.
나란 특정인간이 태어날 확률은 1천2백조분의 1이란다. 남자는 평생 3천번의 사정을 하고 한번 사정 정자수는 약 2억개이며 여자는 일생동안 약 400개의 난자를 생산한다. 또 정자와 난자가 배란일에 만나서 임신이 확정될 확률이 5분의 1, 이를 모두 계산하면 그렇게 나온다. 불교신자인 내 친구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인간으로 태어나려면 착한일을 많이 해야하며 인간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확률은 10분의 1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엄청나게 어렵고 대단한 일인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만큼 나쁜 짓을 제외하고는 추억을 많이 쌓아야 한다는 게 내 평소 신념이자 철학이다. 나는 훌륭한 사람이 아닌 만큼 좋은 일만 하다 죽을 정도의 위인은 못되는 것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노태우전대통령이 써먹어버려 아쉽지만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이다. 영국의 유명한 진네만 감독이 말했다. "인간이 인간의 길을 가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나는 이미 13년간의 기자생활 그 연장선상의 2년간의 정치인 보좌관생활 합쳐서 15년간의 정치권 생활을 마감했고 이제 3모작을 위해 비즈니스세계로 들어섰다. 앞으로 4,5모작의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어쨌든 한번밖에 없는 인생에서 추억 많은 사람이 최고라고 본다. 재벌아들로 태어나 죽을때까지 그렇게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가난한 채 그렇게 힘들게 평생을 사는 인생은 좋지않다. 어쨌든 인생은 우여곡절, 파란만장이 더욱 매력적으로 들린다. 나는 그래서 '추억쌓기'에 계속 나설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인생은 한마리의 말이다. 경쾌하고 우람한 말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수처럼 대담하고 세심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참 가슴에 와닿는다. 인생은 말타고 멀리까지 내달리며 주유천하하는 것이다. 인생은 추억쌓기이며 추억쌓기의 핵심은 산천과 자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지구를 둘러보는 것이다. 관광과 여행. 우주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그날도 현실로 다가오리라. 100년후 어느 신문의 기사, '달 신혼여행각광'. '인생이 말'이라면 '애마부인'은 인생의 완성자,인격의 최고봉이겠구만.
인생을 세심하게 다루어야한다고 했네요. 다음은 세심한 것인가 쓸데없는 것인가, 판단하세요. 현명한 솔로몬왕은 나무와 나무의 간격까지도 법령으로 규정했으며 로마의 집정관들은 백성들이 이웃사람의 토지에 들어가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집어 오는 것이 몇 번까지 허용되며 주인의 몫은 얼마인지 정해 놓았다고 한다. 그 당시도 무식한 시대가 아니었구만.또 히포크라테스는 손톱은 손가락끝에 맞추어 자를 것이며 더 길거나 짧지않도록 해야한다며 손톱자르는 법까지 후세에 남겨놓았다고 하네요. 히포크라테스는 쓸데없는 것까지 남겨놓았구만, 좀 심한 것 같다. 그래도 의학의 아버지니까 봐줍시다. 인생을 세심하게 다루라는 말씀은 인생을 성실하고 차분하게, 또 주변 인간관계를 배려하면서 살라는 뜻이겠죠.
나는 관광, 여행, 등산은 같은 어머니의 배에서 나온 형제간이라고 본다. 모두 다 자연을 보면서 느끼고 즐기고 거기에서 추억을 쌓고 인생을 배우는 것이다. 어떤 분은 '여행은 문학, 아니 작가의 혼을 찾아나서는 환각'이라고 했고 어떤 분은 '여행은 내 삶이 남의 삶과 만나는 감촉, 공명'이라고 했고 어떤 분은 '여행은 미지의 새를 만나러 가는 사냥'이라고 했다. 여행이 그렇게 깊은 뜻이, 그렇다면 등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시다시피 나는 '추억만들기'를 위해 백두대간에 나선 것이다. 가장 성공하고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이다. 내가 자랑하는 추억이 많다. 일례로 정치부 기자때 전국을 다 돌면서 그 고장의 맛있는 음식점과 음식을 대충 다 먹은 본 것이다. 돈많은 부자라고 결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국의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니 내 입이 매우 고급화되어 있어 마누라가 이 수준을 못맞추고 있다.
이보다 비교할 수 없는 큰 추억이 하나 보태지고 있다. 백두대간 종주인 것이다. 조선의 아들딸로 태어나 조국강토의 등줄기를 한번도 밟지않고 죽는다면 이 얼마나 오호통재라. 3년쯤으로 예정되어있는 험하고 힘든 먼 여정이겠지만 긴 세월로 보면 후딱 지나가는 짧은 기간일 것이다. 불가피한 사정상 빠지는 구간도 있겠지만 가능한 100% 달성할 것을 다시 다짐한다.
백두대산종주를 시작하면서 생각나는 좋은 표현이 있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시점이다" 라고. 조선의 모든 동포들이 백두대간에 도전해보기를 희망한다. 자기 살고 있는 동네는 둘러봐야 할 것 아닌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백두대간 종주코스를 고등학교, 대학교때 필수과목으로 만들겠다.
인생이 별거냐, 백두대간종주만 실행해도 인생의 반은 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너무 심했나. 4분의 1, 그것도. 그러나 깍아서 10분의 1은 충분히 된다고 판단한다.
희랍 철학자 에픽테투스의 말이 의미심장해서 소개해본다.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난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말하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너의 배우자가 죽었는가, 아니다. 그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뿐이다. 너의 재산과 소유물을 잃었는가, 그것들 역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스로마철학이 동양의 불교와 선 사상쪽과 맥락이 같네요. 역시 동양이든 서양이든 철이 든 똘똘한 분들은 서로 통하는 것 같아요.
이헌태도, 돈도 필요없고 권력도 필요없고 명예도 필요없고 마누라도 필요없고 다 필요없어. 백두대간 종주만 하면 인생은 오케이다. 마누라 필요없다는 것은 취소합니다. 남편 필요없다고 역공나오면 제가 더 손해인 것 같아서요.(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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