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섯농장 참사-화재현장 애절한 사연들

대흥농산 화재 현장은 눈물바다였다.

눈물과 뜬눈으로 밤을 지샌 실종자 가족들은 모두 충혈된 눈에 부은 얼굴이었다.

실종된 배기탁(39..청도군 풍각면 봉기리)씨의 어머니 홍재경(71)씨는 "맏아들이 이렇게 죽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배씨는 화재발생 후 탈출에 성공했지만 불을 끄러 다시 1층 화재 현장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치솟는 불길과 연기 앞에서 유가족들은 회사와 청도군의 안전불감증에 분통을 터뜨렸다.

실종된 김이환(48)씨의 동생 춘한(46)씨는 "화재현장이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현장과 흡사하다"며 "작업장 내부가 톱밥,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으로 가득 차 화재에 취약하고 불이 나면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도 비상탈출구조차 제대로 없었다"고 한탄했다.

1층에서 작업하다 간발의 차이로 탈출에 성공한 한용우(46)씨는 "갑자기 불이 번지면서 유독가스와 연기가 덮쳐 소화기를 사용할 틈도 없이 뛰어나왔다"며 "3층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3층에서 작업 중이던 한씨의 부인 김해숙(45)씨는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실종자 조춘자(51.여)씨의 남편 정영식(58.청도군 풍각면 현리)씨는 "3층 작업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빠져 나오지 못한 모양"이라며 "시신이라도 확인하려고 밤새 기다리고 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황용우(46.청도군 풍각면 성곡리)씨는 "아내와 함께 버섯공장에서 일했는데 아내만 변을 당했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황씨는 "1층 입병실에서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불길이 치솟아 출입문으로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극적으로 화재현장을 탈출한 조두래(53)씨는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여자 1명을 구출한 뒤 3층에서 뛰어 내렸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도 화재현장을 지켰다.

그러나 실종자 대부분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현장 접근이 안돼 생사 확인이 지연되자 발을 굴렀다.

실종, 부상자들은 대부분 인근의 농촌 주민들로 어려운 생활형편 때문에 월 70만원의 보수를 받고 일용직으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흥농산에는 165명의 직원 중에 남자는 36명뿐이고 나머지는 부녀자들로 이날 화재가 난 건물 안에는 160여명이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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