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무소유

물질만능의 현대인들에게 청빈의 삶을 보여주는 법정스님이 10년째 자신이 이끌어 온 '맑고 향기롭게'의 회주(會主) 자리를 벗고 표표히 무소유의 삶으로 돌아갔다.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 국민들의 존경을 두루 받고 있는 스님은 마지막 법회에서 "내일 죽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남길 것인가 생각해 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이 자기 생의 마지막 말을 무엇으로 할건지 곰곰이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현대문단의 대표적 서정시인의 한 명으로 요절했던 박정만(朴正萬: 1946~1988)의 종명시(終命詩)는 담담하면서도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다.

"나는 사라져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부와 권력을 한 손에 쥐었던 알렉산더 대왕의 유언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초조하게 유언을 기다리는 신하들에게 대왕의 유언은 의외였다.

"내가 죽거든 묻을 때 손을 밖에 내놓아 남들이 볼 수 있도록 하시오". 반신반의하는 신하들에게 대왕은 다시 말했다.

"나는 단지 세상 사람들에게 천하를 쥐었던 알렉산더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하는 것뿐이오"라고. 나이가 들면서 종종 슬퍼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는 것이라고 한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어 젊고 팔팔하던 사람도 어느 날 불현듯 연기처럼 사라져 남은 이들을 망연하게 만든다.

그리고 먼저 간 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언젠가는 나도…'하는 생각에 스스로 마음이 가난해지고 낮아진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세계태권도 연맹 총재, 국기원 원장에다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운용씨가 비리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냄새나는 돈이 자택에서 150만 달러나 발견됐다하니 우리 사회에서 이런저런 권력을 쥐락펴락 하는 자들의 부정부패는 도마뱀 꼬리처럼 잘라도 잘라도 또 자라나는 모양이다.

과도한 욕심의 끝이 언제나 파멸임을 뻔히 보면서도….

법정스님처럼 우리 모두가 무소유로 살 수야 없지만 가끔 헛된 욕심이 소용돌이칠 땐 '탈무드'의 경구를 되새겨봄직하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두 손을 불끈 쥐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두 손을 가지런히 펴고 떠난다"는 말을. 모레는 성탄절. 2천년전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던 아기 예수를 조용히, 침묵 속에서 생각해 볼 때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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