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효자 된 불효자

옛날 옛적 어느 산골에 부부가 살았는데 나이 마흔이 넘도록 자식을 못 낳았어. 그래서,

"아들이든 딸이든 우리도 자식 하나 점지해 주십시오"하고 신령님께 빌었더니, 정말로 그 이듬해에 아기를 턱 낳았어.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낳았단 말이지. 그 얼마나 귀해? 늘그막에 바라고 바라던 자식을 얻었으니 그 어디 보통으로 귀한가? 불면 꺼질세라 놓으면 깨질세라 아주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키웠어.

그런데 아기가 너무 귀여우니까 날마다 데리고 놀면서 장난을 치는데,

"저기 가서 네 어머니 한 대 때려 줘라".

"저기 가서 네 아버지 한 대 때려 줘라"하고 시켰어. 그러면 아기가 쪼르르 달려가서 어머니 한 대 탁 때리고, 쪼르르 달려가서 아버지 한 대 탁 때리고, 이러거든. 조그만 아기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때리니까 그게 뭐 아프기나 하나. 간지럽지. 그러니까 재미가 나서 날마다 때리라고 시키고, 그러면 아기는 때리고, 이러면서 아기를 키웠어. 아, 그런데 날마다 이렇게 하고 크니까 이게 그만 버릇이 돼 가지고 나이를 먹어서도 고쳐지지를 않네. 나이를 여남은 살 먹어서 제법 몸집이 커지고 손에 힘이 올라 가지고서도 걸핏하면 제 어머니 아버지를 탁 탁 때리니까 일 났지. 맞으면 아파서 어머니 아버지가,

"아이쿠, 아야. 얘, 이제 그만 때려라"해도, 한 번 버릇이 든 게 잘 고쳐지나. 그것도 장난으로 그러는 줄 알고, 그저 틈만 나면 제 아버지 어머니를 탁 탁 때리네.

나이 열댓 살을 먹어 가지고서도 버릇을 못 고치고 들며 나며 그냥 때려. 아침에 일어나면 '잘 주무셨느냐?'고 때리고, 일 나가면서는 '다녀오겠다'고 때리고, 일 갔다 와서는 '잘 다녀왔다'고 때리고, 이러니 어디 살맛이 나? 아주 죽을 맛이지.

어머니 아버지가 이제는 아주 아들만 보면 벌벌 떨어. 안 그래도 늙어서 기운도 없고 아픈 곳도 많은데 시도 때도 없이 아들한테 두들겨 맞으니, 이건 숫제 아들이 아니라 원수지.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지.

그런데, 한번은 아들이 개울에 가서 물고기를 많이 잡아 가지고 그걸 내다 팔려고 장에 갔어. 마침 명절 대목이 돼서 장꾼들이 많이들 장에 왔다가 물고기 파는 것을 보고 너도나도 사 가는데,

"어이구, 그 물고기 크기도 하다.

우리 어머니 반찬 해 드려야겠다"

"우리 아버지 몸보신하게 몇 마리 사 가야겠다"이러면서 사 가거든. 이 아들이 그런 말을 듣고는 그만 깜짝 놀랐어. 저는 여태 어머니 아버지 때릴 줄만 알았지 뭘 대접할 줄은 몰랐는데, 사람들 말을 들어 보니 그게 아니란 말이야. 그제서야,

'아이쿠, 내가 여태 어머니 아버지한테 잘못했구나'하고서, 팔다 남은 물고기를 가지고 한달음에 집에 갔어. 가서 고기를 구워 가지고 상에 차려 놓고,

"어머니, 아버지. 많이 드세요"하니까, 어머니 아버지가 또 때리려고 그러는 줄 알고 벌벌 떨거든. 아들이 그걸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빌고, 그 다음부터는 아주 효자가 돼서 잘 살았다는 거야. 서정오(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