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이달 초 말끔한 정장차림의 한 노신사가 대구 서구의 서구제일종합복지관을 찾았다.
그는 복지관이 7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400명을 위해 벌이는 무료급식사업에 써 달라며 매주 40만원씩, 연간 2천만원의 후원을 약속했다.
그리고는 '밥 굶는 어르신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만 덧붙이고는 홀연히 떠났다.
복지관이 간곡히 부탁한 끝에 이름만 알았을뿐 나이, 직업, 후원을 하게된 계기 등은 들을 수 없었다.
약속대로 그는 지난 2주간 화요일마다 현금 40만원을 갖고 복지관을 찾았고, 어르신과 장애인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뒤에서 잠시 지켜보다 돌아갔다는 것.
복지관 조재경 팀장은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후원과 봉사의 손길마저 끊겨 무료급식 사업 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가뭄의 단비처럼 찾아온 노신사분의 도움이 정신적.물질적으로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한해를 마감하는 12월, 전보다 한층 어려워졌지만 이웃을 위해 이름없이 묵묵히 사랑을 전하는 숨은 독지가들이 있어 그래도 따뜻하다.
애망장애 영아원(대구 수성구 파동) 아이들은 매년 '포식하는 날'이 있다.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변함없이 묵묵히 사랑을 전하는 독지가가 있기 때문. 그는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통돼지 한마리와 각종 야채 등 식재료, 떡, 과자 등을 1t 트럭 한 가득 싣고 온다.
이달 초에도 먹을 거리를 트럭에 한 가득 싣고 이곳을 찾았다.
영아원의 박형배 자원봉사담당은 "한번 올 때마다 가져오는 음식이 최소 300만~400만원 어치는 될 것"이라며 "전쟁 고아인 자신을 애망원에서 키워준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이웃사랑도 이들 못지 않다.
경상고교 학생회 임원 등 10여명은 오는 30일 칫솔, 치약 등 생필품과 간식 등을 들고 대구 북구 복현2동의 지체장애인생활시설인 대구안식원을 방문키로 했다.
이들은 지난 9월 학교 종합전때 떡볶이 등 간식을 팔아 마련한 수익금과 특별 찬조로 모은 50만원으로 생필품 등을 선물하고, 청소 등 봉사활동도 함께 펼칠 계획이다.
이 학교 학생회 부회장 오진우(17) 군은 "수익금이 많지는 않지만 봉사활동과 연계, 의미있게 사용하기 위해 학교 자원봉사 동아리가 3년전부터 봉사하고 있는 안식원을 방문키로 했다"며 "앞으로도 액수가 많든 적든 이러한 전통을 후배들에게 물려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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