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비스 개선 안되는 택시-(2)열악한 근무환경

지난해 대구 지역에서 발생한 법인 택시의 교통사고 건수는 2천200여건. 인명 피해가 없는 접촉사고까지 합치면 사고 건수는 2, 3배 올라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이는 해마다 법인 택시 3대 중 1대 꼴로 하루 평균 5, 6건의 인명사고가 난 셈이다.

또 지난 2002년 1천984건, 2001년에는 2천173건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법인 택시의 높은 사고율은 열악한 근무 조건과 바로 맞닿아 있다.

근로기준법을 완전히 무시한 1인1차제, 7일 근무뒤 하루를 쉬는 8부제 등이 지친 택시 기사들을 도로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14시간은 기본(?)

12일 새벽 5시. 기자는 쌀쌀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택시를 몰고 어둠이 드리워진 거리를 나섰다.

하지만 손님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다.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첫 손님을 태운 것은 오전 6시. 이후 출근시간이 다가 오면서 손님들이 제법 늘기 시작했다.

약 1시간 동안 5명의 손님을 받고 올린 수익이 1만 5천원. 하지만 출근 시간 이후부터는 또다시 시간당 1, 2명의 손님을 태우는데 그쳤다.

불황의 여파는 택시를 휘감고 있었다.

낮 12시. 간단히 점심을 챙겨먹고 기차에서 내린 손님을 태우기 위해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미 빈 택시 30여대가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운전경력 10년째 택시기사 전모(34.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씨는 "하루 14시간 이상을 운전하지만 사납금 채우기도 급급하다"며 "수입이 줄어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는 동료들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오후 5시까지 12시간을 운전했지만 수익금은 사납금 9만7천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7만원을 조금 웃돌았다.

그러나 기자는 온몸을 감싸는 피곤 탓에 핸들을 놓아야 했다.

▨사고 유발하는 근로환경

대구 지역 영업용 택시의 기본적인 운행 방식은 1인1차제. 택시 한대로 2명이 교대해 가며 하루를 운행하는 방식과 달리 1인 1차제는 기사 한명이 하루종일 영업하는 방식이다.

2인1차제의 사납금은 7만5천원선, 그러나 1인1차제는 10여만원에 이른다.

전국택시노조 대구지부 김위상 본부장은 "대구에 등록된 법인 택시수가 6천980대이지만 기사는 8천500여명에 불과, 전체의 70%인 5천대 정도가 1인 1차제로 운행되고 있다"며 "사업주들이 1인2차제에 비해 임금과 각종 제반 경비는 적게 들면서 회사의 수익은 더 많이 보장되는 1차제를 선호하고 있어 무리한 운행인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1차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년 경력의 기사 정모(52)씨는 "사납금을 맞추고 1만~2만원이라도 손에 쥐고 가려면 하루 14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핸들을 잡아야 한다"며 "기사 1년차 미만의 경우 월급이 50여만원 수준인 탓에 16시간씩 운전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나마 택시 기사들은 7일을 일한 다음 하루를 쉴 수 있다.

6부제를 택하고 있는 대전.울산 등 타지역과 달리 대구는 택시가 8부제 운행 방식을 택하고 있는 탓. 김 지부장은 "주 5일제 근무 환경에 맞춰 택시 6부제 운행을 사업주 측과 협의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주들이 영업이익의 감소를 우려해 시행을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뒷짐지는 행정기관

지난해 8월 택시노조 대구지부에서 아이너스 리서치를 통해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기사들은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를 1순위(32.6%)로 꼽았으며 다음으로는 과중한 사납금 부담(30.0%)을 들었다.

또 택시 운전기사들 중 78.8%가 수면부족으로 사고의 위험성을 평소에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에 조차 맞지 않는 1인1차제와 8부제에 대해 대구시와 노동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1인1차제와 8부제 운행 문제는 근로형태의 문제이므로 노동청 관할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노동청은 "근로자와 사업주 간의 계약사항이기 때문에 명백한 법률 위반으로 제재가 어렵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대구노동청 정남혁 감독관은 "8부제 운행은 운전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차량에 대한 사항이므로 규제가 어렵고, 1인1차제 운행 또한 운전자 자의에 의해 12시간 이상의 운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벌 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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