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 탓인가, 사람 탓인가?'
지난 12일 살인죄로 수감됐다가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박모(43)씨가 4일 동안 구미 시내를 돌아다니며 자신에게 살해된 피해자의 가족 등을 협박하다 붙잡혀 구속집행정지자 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줬다.
살인 혐의자가 아무런 제지나 감시도 받지 않은 채 치료받던 병원을 빠져나와 보복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그러나 검, 경, 교도소, 법원 등 관계 기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구속집행정지자 관리가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미루고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구속집행정지자에 대해 가족.보호단체 등에게 부탁하거나 주거 제한만 규정돼 있을뿐, 감시 조항이 명문화돼 있지 않기 때문.
지금까진 관행적으로 관할 경찰서가 구속집행정지자에 대한 감시를 해왔으나, 2년 전부터 경찰이 '법규에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구속집행정지자 관리가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구속집행정지자가 도주할 경우 문책을 우려해 검찰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시조항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교도소에서 수형자가 중병에 걸리면 민간 병원에 맡길 수밖에 없는 열악한 의료조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도소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병원을 갖춘 교정시설이 한 곳만 있더라도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 고종사촌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항소, 김천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지난 9일 간경변 등의 치료를 위해 입원해 있던 김천 모병원을 몰래 빠져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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