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동안 대구에서 지내면서 최근들어 어둠과 빛을 함께 느꼈어요'.
베트남 출신 유학생 레 티빈 화(22.여)씨. 경북대 공업화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그녀는 얼마전 본지에 소개된 자국 출신 불법체류 근로자 구엔씨 부부(11일자 27면 보도) 소식을 듣고 너무나 마음 아팠다고 한다.
이국 땅에서 하루하루 생활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 터에 남의 눈을 피해 갓 낳은 아기를 키울 것을 생각하니 목이 메어왔다는 것.
자신의 이름을 '화'라고 불러달라 한 그녀는 "학교에선 함께 공부하는 베트남 친구들이 꽤 되지만 근로자분들과는 별로 접할 일이 없어 이들의 힘겨운 생활을 잘 이해하기는 어려웠다"며 "기사를 읽은 뒤 구엔씨 부부나 이들을 위해 힘쓴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나 감사라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8월에 유학온 뒤 아직 한번도 고향인 베트남 하노이시에 가보지 못한 그녀는 18일 5주간 방학 겸 휴가로 하노이로 떠나기 앞서 기자와 만나 도피자로 내몰린 동포를 보며 한때 가졌던 한국에 대한 섭섭함과 안타까움을 전해준 뒤 자신이 얼마전 겪은 따뜻함도 함께 들려주며 한국민들의 정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8일 밤 친구들과 시내에서 영화를 본 뒤 혼자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시내버스를 잘못 타 엉뚱한 곳에 내려 불안해 하고 있을 때 이름모를 한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게 된 것.
"시내버스 운행이 모두 끊길 무렵였는데다 택시를 탈 차비도 여의치 않아 길가에서 서성거리는데 시내버스 한대가 섰고 50대 가량 돼 보이는 이 버스 운전기사가 정황을 묻더니 선뜻 1만원을 건네주더라구요".
그녀는 424-1번 버스로만 기억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하며 "제가 서 있었던 곳이 어디인지 모르는데다 운전기사 이름도 여쭤보지 못해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라며 말끝을 맺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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