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돌로레스 클레이본'근친상간 충격

아버지가 13세된 딸 셀리나에게 성기를 만져달라고 요구한다.

금목걸이를 주고 소중한 것은 모두 네게 준다며 겁에 질린 딸을 달랜다.

무력감을 느낀 딸은 결국 아버지의 바지 속으로 손을 넣는다.

아버지가 '가르쳐 준대로' 딸은 고사리 손을 움직여댄다.

아버지는 성적 쾌감으로 신음을 토해낸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충격적인 장면이다.

금기의 그늘에서 고문당하던 한 여자의 흉물스런 과거가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낸다.

유능한 기자가 된 셀리나는 10대의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해리성 기억장애'다.

아버지의 반복적인 성적 학대라는 고통스런 경험을 안고, 어떻게 태연하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해리성 기억장애는 셀리나가 살아남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기제였다.

그녀는 항상 불안했고, 악몽에 시달렸다.

약물과 술에 의존해야만 숨을 쉴 수가 있었다.

남편의 폭력과 무능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딸의 변화를 직감한다.

영리했던 딸이 성적이 떨어지고 신경질적이며 당황해하는 것을. 또한 금목걸이를 걸고, 남편의 분노를 쉽게 가라앉히는 '피스 메이커'이란 것을. 남편 역시 딸 앞에서는 의외로 관대해지는 것을 알아챈다.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딸을 지켜주고 염려하면서도, 딸이 남편의 연인이라는 경쟁심으로 혼란스럽기도 했으리라. 딸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남편이란 존재는 사라져야할 당위성만 있을 뿐이다.

부성(父性)에 대한 호소도 윤리도 모두 소멸된 상태이므로….

어머니는 가장 사랑하는 것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다.

실족사로 위장된 계획 살인.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위대한 그 어머니의 이름이다.

남편은 '사고'로 죽고, 학대에서 구출된 딸은 도회지로 떠난다.

그후 첫 방문인 셈이다.

셀리나는 한 노파의 살인혐의로 기소된 어머니를 만나러 고향을 찾는다.

어머니는 딸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럴만하다.

둘은 수년간 떨어져 살았으니까. 침묵만으로. 셀리나는 어머니를 매우 냉소적으로 대한다.

세상에 단 하나의 혈육인 어머니를 오랜만에 만났으면 얼싸안고 반가워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녀의 냉담함은 무엇일까?

셀리나의 무의식은 아버지와의 은밀한 관계로 인해 어머니에게서 버림받고, 벌을 받고 있다고 여긴다.

자기를 버린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보호를 갈구하면서도, 마음을 꽁꽁 싸매고 드러내지 않는다.

어머니가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혼자서 다 해결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를 철저히 소외시킴으로써 어머니에게 복수하는 셈이다

이것이 그녀가 어머니에게 냉담한 이유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건을 계기로 닫혔던 기억의 창이 열리고, 모녀는 같은 피해자이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이임을 확인하게 된다.

모녀는 상처를 넘어서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한다.

성폭력. 그것은 정서, 인격, 결혼생활까지 평생을 지배하는 아주 위협적인 '인재(人災)'다.

김성미(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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