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盧 대통령의 '갓끈 고쳐매기'

기존 정치권이 워낙 썩었기에 국민들은 정치개혁을 지지했다.

그러나 그 정치개혁의 수단이 지나치게 일방적이거나 법과 상식의 테두리를 무시하는 식의 운동이어서는, 그리고 그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러다간 자칫 17대 총선마저 '전쟁판'이 될 것같다.

불법대선자금.분당사태 등으로 야당들이 위기에 몰린 상황속에 친노단체들이 결성한 '국민참여 0415'가 사실상 여당 후보 당선운동에 나서기로 한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대전에서 행정수도 이전.균형발전시대의 개막을 밝히는 '신국토전략 선포식'을 갖기로 해 야당들로부터 총선용 행사라는 격렬한 반발을 샀다.

관권지원의 고단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측은 정상적인 행정행위라는 것이다.

정치신인들이 웃겠다.

"우린 손발이 꽁꽁묶여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선거개입 논란은 벌써 시작돼 있다.

한달 앞당긴 고속철 개통.정년 60세연장.군복무기간 2개월 단축발언 같은 선심행정이 물씬한 냄새, 장.차관 총동원령… 이것만 해도 선거과열.관권개입 논란을 청와대 스스로가 불지핀다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아마도 노 대통령도 야당시절 이었다면 당연히 이같은 반발에 동참했을 터이다.

국참0415가 '10만대군 거병'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것은 노 대통령의 총선개입 및 사실상 열린우리당의 총선 외곽조직이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꺼리다.

지난해말 노 대통령은 친노세력들을 향해 "다시한번 뛰어달라. 시민혁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스스로 외쳤음을 국민들은 기억한다.

그럼에도 청와대측은 "그것과 우리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한다.

본란은 여기서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쓰는 노 대통령을 본다.

신국토 선포식도 그렇다.

"사실 행정수도 건(件)으로 대선에서 재미 좀 봤다"고까지 한 노 대통령이다.

그가 지금 거꾸로 야당의 대표라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청와대가 바로 거기서 잔치판을 벌이겠다면 '노 대표'는 어찌할까. 본란은 여기서 외밭에서 신발 끈 고쳐매는 노 대통령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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